▲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기준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내년 수출과 설비투자가 완만히 개선되겠지만 우리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봤다.
이 총재는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점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이 총재 주재로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2%에서 2.0%로 낮췄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5%에서 2.3%로 내렸다.
다음은 이 총재와 일문일답이다.
- 올해 성장률은 2.0%로, 내년은 2.3%로 전망했는데 현재 한국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잠재성장률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국내 경기 흐름은 현재 바닥을 다져나가는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 앞으로 다소 등락은 있겠으나 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움직임을 보이다가 내년 중반부터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IT업황 개선 등에 힘입어 수출과 설비투자가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내년 전망치가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보면 우리 경제 성장 모멘텀이 강하다고 볼 수는 없겠다.”
-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나.
“미중 무역분쟁 관련 불확실성이 최근에는 두 나라의 1단계 협상 타결 여지가 생기며 상당 부분 완화됐다. 앞으로 더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에 경제 전망을 하면서 이런 견해를 기본 시나리오로 설정했다.”
- 반도체 반등시점과 회복 정도는?
“최근 메모리반도체 단가 하락세가 주춤하고 반도체 관련 선행지표, 반도체 제조용 장비업체의 매출 등이 개선되고 있다. 반도체 업황 관련 전문기관들은 최근 이런 추세를 고려해 내년 중반에는 반도체 경기가 회복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활황이던 2018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복 정도는 강하지 않다고 해도 내년 중반에는 조금 나아지지 않느냐 하는 것이 관련 전문기관들의 예측이다.”
- 글로벌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투자 행태 변화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저금리기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많은 나라에서 경제주체들의 수익 추구성향이 높아지고 있고 또 금융기관의 수익성은 저하되는 등 금융안정 리스크가 축적되는 데 대한 우려가 높다.
한국도 최근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가 늘어나는 등 위험 선호경향이 강화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그동안 정부에서 거시건전성 정책을 꾸준히 펼친 결과 현재로선 금융안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어느 정도 억제되고 있다.”
- 주택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가계 심리가 커졌는데.
“주택가격 상승을 향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부정책의 의지가 워낙 확고해 주택 매매가격 방향성에 대해 현 시점에서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 10월 이후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데.
“최근 양도성예금증서 금리가 올라 기준금리와 차이가 확대됐다. 은행들이 내년에 시행되는 새 예대율을 충족시키기 위해 일시적으로 양도성예금증서 발행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은행의 자금이 부족해서는 아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