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한국GM처럼 판매와 생산을 분리하는 ‘투 트랙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은 내수판매 라인업의 대부분을 GM본사로부터 수입한 차량들로 채우는 대신 트랙스나 트레일블레이저 등 몇 개 모델의 수출물량을 배정받아 기존 공장의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
28일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에 르노의 2세대 캡처와 전기차 조에 등을 수입해 판매한다.
SM3나 SM5, SM7 등 세단 차종들이 사실상 단종절차를 밟고 있는 만큼 르노삼성차의 차량 라인업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무늬만 국산차’ 비중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르노삼성차가 내년 출시를 예고한 XM3와 르노의 2세대 캡처, 전기차 조에를 포함하면 전체 내수 라인업 9종 가운데 4종이 수입차다.
세단차량 3종의 국내 생산이 중단되면 부산공장은 내년 출시되는 XM3를 비롯해 더 뉴 QM6, SM6, 트위지, SM3 Z.E 등 5개 차종만 국내에서 생산하게 된다.
르노삼성차는 내수에서 간신히 연간 판매량 10만 대를 올리는데 수입차 비중을 늘리는 게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차량 라인업을 손쉽게 확대할 수 있는 데다 직접 생산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 비중을 늘리면 본사로부터 물량배정 따내는 게 수월해질 수도 있다.
부산공장은 1개 라인에서 여러 개 차종을 생산하는 혼류생산방식을 취하고 있는 만큼 생산차종을 줄이면 생산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당장 2020년 8월 삼성그룹과 맺은 상표권 계약이 종료된다는 점도 르노삼성차가 판매와 생산을 분리하는 ‘투 트랙 전략’을 강화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어 보인다.
르노삼성차는 ‘삼성’ 이름을 떼고도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할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가장 손쉬운 방법은 르노 브랜드를 앞세우는 것이다.
브랜드 인지도를 쌓는 데 긴 시간이 걸리는 만큼 르노 브랜드를 꾸준히 앞세워 소비자 인식을 확보한 뒤 회사이름에서 '삼성'을 지우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
한국GM 역시 2011년 GM대우에서 한국GM으로 이름을 바꿀 때 쉐보레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한국GM은 쉐보레의 카마로, 올란도, 아베오처럼 인지도 높은 차량을 줄줄이 내놓으며 쉐보레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했다.
르노삼성차는 사실상 르노 브랜드 입지를 다지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차는 내년 상반기 내놓는 르노의 2세대 캡처를 국내 이름인 QM3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출시할 것으로 파악된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 따르면 르노삼성차는 26일 르노의 2세대 캡처의 배출 및 소음 인증 완료했다. 르노삼성차가 2014년 르노의 캡처를 처음 수입해 내놓을 때도 QM3라는 이름을 사용했던 점에 비춰봤을 때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르노의 캡처가 어떤 이름으로 출시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