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한 걸음 가깝게 다가섰다.
HDC현대산업개발을 통해 국내 항공업계 2위 항공사를 품에 안아 HDC그룹의 위상을 키울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7일 마감된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에서 2조5천억 원이라는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자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보다 1조 원 이상 높은 가격으로 이로써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승기는 HDC현대산업개발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20년 동안 사업영역을 레저, 면세, 스포츠 등으로 지속해서 확장하며 HDC그룹을 자산 10조 원의 대기업집단으로 키워냈다.
이 과정에서 정 회장의 집념과 뚝심이 큰 역할을 했다.
정 회장은 1990년대 후반 현대가 내부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현대자동차 경영권을 빼앗기다시피 넘겨주고 현대그룹을 떠났는데 이런 경험들이 그룹 재건을 향한 정 회장의 의지를 견고하게 다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통영LNG발전사업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7년이라는 시간을 견디고 결국 사업권을 확보한 사례에서도 사업 확장을 향한 정 회장의 뚝심을 엿볼 수 있다.
정 회장이 사업확장을 위해 새롭게 시도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작업을 놓고 증권가에서는 일제히 부정적 리포트를 쏟아냈다. ‘인수에 실패하는 게 주가에는 호재’라는 강한 발언까지 나왔다.
시장의 불안을 반영하듯 8일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는 전날보다 7% 넘게 떨어진 3만1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 회장은 ‘통큰 베팅’을 단행한 셈이다.
HDC그룹은 경쟁자 애경그룹이 그동안 여러 차례 공식입장을 내놓은 것과 달리 말을 아끼는 행보를 보여 왔다.
본입찰이 마감된 7일에도 준비된 공식입장을 별도로 내는 대신 “미래에셋대우와 본입찰에 참여해 매각주관사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는 짧은 답변만을 내놓았다.
애경그룹이 공식입장을 통해 “항공업 경험이 없으면 아시아나항공의 체질 개선은 어렵다”며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에 적합한 인수자임을 적극적으로 보인 것과 비교된다.
정 회장은 인수전을 불안하게 보는 시장의 시선에 직접적으로 말로 대응하는 것보다 베팅이라는 행동을 보이는 쪽을 선택한 셈이다.
정 회장의 결단에는 재무적투자자(FI)로 나선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조력이 든든하게 뒷받침됐을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과 박 회장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선후배 관계로 그동안 인수구상을 긴밀하게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9조 원 대로 인수 이후 대규모 투자가 뒤따를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대우의 자금력과 금융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 회장은 2015년 면세점 사업에 나섰을 때도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에게 손을 내밀어 용산개발사업의 가치를 올리기도 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인수금액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밝힐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며 “아직 인수절차가 많이 남은 만큼 매각주관사의 결정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