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인수한 구강스캐너 유통업체 메디트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
[비즈니스포스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메디트 기업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해 ‘고가매수’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게 2023년 인수된 구강스캐너 유통업체 메디트가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메디트는 인수된 시점인 2023년부터 실적이 악화됐다. 2023년에는 영업손실 365억 원, 순손실 272억 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 역시 1263억 원으로 2022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영업손실 53억 원, 순손실 230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경쟁업체 ‘쓰리쉐이프’와의 기술특허 침해소송 합의로 인한 손해배상금이 영업외손실로 반영되며 순손실이 커졌다.
◆ 메디트 적자행진에 MBK ‘원금 환수’만 노리는 모양새
메디트는 실적 부진 속에서도 배당금이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메디트는 주주들에게 899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로 인해 이익잉여금과 현금성자산은 각각 55%(1073억 원), 52%(683억 원)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인수금융’ 방식으로 메디트를 인수하면서 발생한 차입금과 이자를 배당금으로 회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수금융은 은행과 투자자 등으로부터 인수자금을 빌린 뒤 회사가 벌어들이는 현금으로 대출을 갚아가는 방식이다.
MBK파트너스가 빌린 차입금은 인수자금의 38%로 약 1조 원, 연간 이자는 7%로 약 630억 원 규모에 달한다. 인수금액은 2조4250억 원이었다.
이러한 방식은 인수기업의 상환 부담감을 키워 ‘이익 환수’만을 고려한 경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MBK파트너스는 경쟁 사모펀드(PEF)보다 높은 가격 조건으로 메디트를 사들여 그 부담감이 더 클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 MBK 김병주의 메디트 인수 배경, 탄탄한 성장세와 높은 시장경쟁력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메디트에 주목한 이유로는 높은 성장 잠재력이 꼽힌다. 메디트는 2022년 세계 시장에서 매출 점유율 24%로 3위권에 들 만큼 인수 매력도가 높은 회사였다.
북미를 비롯한 100여개 국가, 230곳에 판매망을 확보하며 안정적 수익을 유지해왔다.
연결기준 매출은 2018년 328억 원에서 2022년 2714억 원으로 8배 이상 성장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3억 원에서 1426억 원으로 14배 가까이 늘었다.
메디트는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대중화’를 도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구강스캐너에는 치아를 빛 반사로 스캔하는 광학기술이 적용된다. 기술 집약적 산업으로 장비 가격은 최소 1천만 원에서 최대 5천만 원 수준에 이른다.
메디트는 2018년 경쟁사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으로 i500을 선보였다. 연간 사용료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비용도 없앴다.
경쟁사와 경쟁 심화로 i500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지자 2022년에는 1천만 원도 안 되는 가성비 제품 i600을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구강스캐너 시장은 성장성도 높게 평가된다. 대신증권 보고서 따르면 세계 구강스캐너 시장은 2023년 약 8113억 원 규모에서 연 평균 10.7% 성장하며 2032년 2조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한송협 대신증권 연구원은 “세계 치과의사 250만 명이 1대씩 도입한다고 치면 약 68조 원에 달하는 기회가 잠재하는 셈”이라며 “구강스캐너 시장은 아직 본격적 성장의 초기단계라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더 크다”고 말했다.
◆ 메디트 거래망 재편 ‘무모한 도전’일까, 실적 뒷걸음질의 요인으로 꼽혀
MBK파트너스가 메디트를 인수한 뒤 메디트는 기존 거래망을 대형 간접납품업체(간납업체) 위주로 바꿔 수익성을 높이고자 했지만 이 과정에서 오히려 손실이 발생해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 거래망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판매·유통의 공백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중소형 업체나 헐값 판매자 등의 판매선을 정리하는 동안 그만큼의 새로운 간납업체와의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MBK파트너스가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고 ‘수익구조’ 개선에만 집중한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간납업체를 낀 거래보다 직접 판매하는 것이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간납업체들은 중간 유통마진을 비롯해 시스템 이용료, 물류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의료기기 납품가액의 3%에서 최대 30%까지도 수수료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실정상 간납업체를 끼지 않고는 거래처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간납업체가 오랫동안 의료기기 판매·유통을 주도해 온 만큼 제조업체가 유통 주도권을 갖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 같은 실정을 파악하고 의료기기 산업 유통구조 개편을 위해 2015년부터 실태조사와 법안발의에 힘을 쏟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1년 보건의료발전협의체를 만들고 간납업체 관련 의료기기 유통구조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도 보건복지부는 실태조사에 나선다. 국회에서는 8월29일 토론회를 열고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입맛에 맞는 간납업체 위주로만 거래 선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다. 간납업체와의 거래는 친족이나 지인, 전 임직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서다.
2022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의료기기 유통질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44개 의료기기 간납업체 중 16개(36%)가 지분구조 상의 특수관계였다.
이 가운데 2촌 이내 친족인 경우나 의료기관의 지분을 소유한 간납업체도 7곳에 달했다. 작은 간납업체더라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알짜 거래를 이어오고 있는 셈이다.
의료기기업체나 의료기관과 관계있는 간납업체가 많은 만큼 그 규모도 적지 않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 따르면 3차 종합병원이나 2차 의원급 병원까지도 간납업체를 끼고 거래하고 있다. 그 숫자를 어림잡아보면 400개 규모를 웃돈다.
이 가운데 대형 간납업체는 2022년 보건복지부 대형 간납업체 실태조사 기준으로 어림잡아봤을 때 44개에 불과했다. 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