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범덕 충청북도 청주시장이 오창 후기리 소각장의 건립 불가를 선언하고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했지만 앞길이 험난하다.
행정소송의 승패를 장담할 수 없고 과거 비슷한 사안에서 패소한 전례도 있어 행정력으로 막아내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다.
▲ 한범덕 청주시장.
7일 청주지역 관계자에 따르면 오창 후기리 소각장 건립을 둘러싼 논란이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범덕 시장이 후기리 소각장 건립을 막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 시장은 6일 “이에스지청원이 소각장 설치를 위해 금강유역환경청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의 통과 여부가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환경영향평가서가 통과된다 하더라도 도시계획시설 결정, 건축 허가 등 행정절차를 꼼꼼히 따져 불허하겠다”고 말했다.
이에스지청원은 청주시에 있는 건설 폐기물 처리업체다. 건설 폐기물과 일반 폐기물 등을 주로 처리한다.
이에스지청원은 후기리 산 일대에 하루 처리용량 165t 규모의 소각시설과 하루 처리용량 500t 규모의 슬러지(하수처리 또는 정수과정에서 생긴 침전물) 건조시설을 짓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청주시는 전국 폐기물 소각장 68곳 가운데 6곳이 몰려있어 전국에서 가장 많은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수도권과 가깝고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았기 때문에 업체들이 이 지역을 선호했고 과거에 청주시는 세수 확보를 위해 허가를 쉽게 내줘 소각시설이 많이 들어섰다. 이후 청주시가 확장하면서 시 외곽에 있던 소각시설이 주민들의 생활반경과 가까워져 관련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
청주시는 2017년 조례 제정해 폐기물소각장 신설을 어렵게 만들었지만 그 이전에 허가 받은 업체의 신설 및 증설을 막는 일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한 시장이 행정처분을 통해 소각장 설립을 불허하면 이에스지청원은 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주시는 이미 다른 폐기물 업체와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행정력에 부담이 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청주시는 이에스지청원의 소각장 건립을 막으려다 행정소송에서 한번 패소하기도 했다.
이에스지청원은 청주시와 청원군의 행정구역 통합 전인 2014년 4월 청원군 옥산면 남촌리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소각시설 건립을 진행했다.
당시 청원군은 소각장 건립을 막기 위해 업체에서 요청한 수질오염총량제 지역개발 부하량 할당을 거부하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이에스지청원이 ‘폐기물처리 사업을 위한 배출부하량 할당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그 해 9월 승소했다.
소각장 건립을 막기 위해 행정처분을 했지만 법원에서 인정받지 못한 선례가 있는 상태에서 청주시가 법적으로 막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관련법에서 요구하는 모든 기준을 충족한 뒤 제기한 소각장 건립허가 신청을 행정력으로 거부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청주시가 소송에서 승소하면 소각장 문제는 마무리될 수 있지만 패소하면 소각장 건립 지연에 따른 각종 손해배상까지 물어줘야 할 수도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서 이와 같은 일로 승소한 판례가 있다”며 “판례 등을 꼼꼼히 검토하고 결과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각장 논란을 막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소각장을 신설 또는 증설 하려는 업체들이 법규의 허점을 노리고 청주시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쪽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일반폐기물 소각장의 허가권자는 청주시이지만 지정폐기물 소각장의 허가권자는 금강유역환경청이기 때문에 업체들이 일반폐기물과 지정폐기물을 혼합해서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으려는 시도를 한다는 것이다.
이에스지청원은 일반폐기물 소각장 설립을 추진하다가 무산되자 일반폐기물과 지정폐기물을 함께 처리하는 시설로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계획시설 결정절차에서도 업체들이 빠져나간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1일 처리량이 100t 미만의 시설은 도시계획시설 결정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시설 규모를 100t 미만으로 신청해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회피하려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주에 소각장을 새로 건립하려는 업체 3곳 가운데 이에스지청원을 제외한 2곳이 각각 94.8t, 91t 규모의 폐기물 소각장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