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의 말이 바뀌고 있다. 정치적으로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대선후보로 진보진영의 지지도를 높이려는 뜻으로 읽힌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 시장이 이전까지와는 달리 정치적 선명성을 드러낸 발언들로 지지세 모으기를 시도하고 있다.
박 시장은 5일 한 언론과 나눈 인터뷰에서 “왜곡보도 하는 언론과 악의적이고 고의적으로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선명한 발언을 했다.
박 시장은 10월25일 김어준이 진행하는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언론의 자유는 자격 있는 언론에만 적용된다”, “색깔론에 맞서야 한다” 등 강한 발언들을 내놓기도 했다.
지금까지 박 시장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박 시장은 법과 상식에 근거를 둔 합리적 의사표현을 주로 해왔다"며 "이전까지 박 시장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스타일의 발언들"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의 이런 변신의 이유로 한번 떨어진 뒤 오르지 않고 있는 대선후보 지지율이 꼽힌다.
박 시장은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치른 뒤 한 때 범진보진영 대선주자 가운데 선호도 1위에 올랐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2018년 9월 내놓은 차기 대통령 후보 선호도 조사결과에서 박 시장은 선호도 12.1%로
이낙연 국무총리(10.7%)와
김부겸(10.4%)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앞섰다.
하지만 같은 여론조사 기관이 2018년 11월 내놓은 대통령 후보 선호도 조사결과에서 박 시장은 선호도 10.5%로
이낙연 국무총리(18.9%)에게 1위를 내줬고
이재명 경기도지사(11.3%)에도 밀리며 범진보진영 대선주자 가운데 선호도 3위로 주저앉았다.
박 시장의 대선 지지도는 2019년에 들어오면서 이보다 더 떨어지고 있다.
리얼미터의 대통령 후보 선호도 조사결과에서 박 시장은 3월 6.8%, 11월 3.8%로 나타났다. 줄곧 한자리 수 선호도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범진보진영 대통령후보 선호도 순위에서 4위, 전체 대통령후보 선호도 순위에서 6위에 그치고 있다.
박 시장으로서는 대선후보 지지율 반등을 위한 계기가 절실한 상황인 셈이다.
그 동안 박 시장은 서울시장 3선에 성공한 뒤 정책에 집중한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박 시장의 생각과는 달리 야심차게 내놓은 정책이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박 시장의 대표공약이었던 제로페이는 6일 운영권을 서울시에서 한국금융결제원으로 넘겼다. 박 시장은 이를 통해 저조한 제로페이 이용률을 활성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까지 제로페이는 낮은 이용률때문에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날선 발언을 많이 해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친형 강제입원' 재판 등에 묶여 주춤하고 있는 것도 박 시장으로서는 선명성 메시지를 부각할 기회가 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시장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를 계기로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정치적 선명성을 드러낸 발언들로 지지세가 모이는 것이 어느 정도 확인된다면 수위 높은 발언들을 계속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의 이런 행보에 따른 지지세 결집이 일부에서 관측되고 있다.
박 시장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기존 3천여 명에 불과했지만 6일 현재 9만7천여 명으로 30배가량 늘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은 2022년 6월 임기를 종료하는만큼 그때까지 시정에 집중할 것”이라면서도 “선출직 시장의 정치적 역량과 지지도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서울시로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