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뇌기능 개선제 성분의 재평가에 들어가면서 관련 약품으로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종근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종근당은 식약처에 해당 약물이 뇌기능 개선에 효과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소명해 전문의약품 지위를 유지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 사장.
6일 뇌기능 개선제 성분인 ‘콜린알포세레이트’가 효능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전문의약품으로 광범위하게 처방돼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식약처는 이 약물의 재평가를 진행하기로 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뇌기능 개선제 ‘글리아티린’은 종근당의 주력 매출품목 가운데 하나이다.
글리아티린은 2018년 매출 528억 원을 냈고 올해는 3분기까지 매출 447억 원을 올리고 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종근당은 2016년 글리아티린과 같은 대형품목을 도입한 지 3년 만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며 “글리아티린은 종근당의 외형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식약처가 콜린알포세레이트 재평가를 시작하면서 전문의약품 지위가 흔들릴 수 있게 됐다.
식약처의 재평가는 의료민간단체와 정치권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 효능에 의문을 제기하며 과도한 처방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10월21일 논평을 통해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이탈리아에서 허가를 받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디 믿어볼 만한 제대로 된 근거 자료 하나 없이 매년 2천억 원이 넘는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최근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임상적 유용성과 효능에 재평가를 실시하고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11일까지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을 판매하는 각 제약사에 유효성 입증자료 등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만약 식약처가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전문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하거나 효과가 없다고 퇴출해 건강보험급여 대상에서 삭제한다면 종근당 매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종근당은 식약처에 콜린알포세레이트가 뇌기능 개선에 효과를 보였다는 임상결과를 제시해 전문의약품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환자”라며 “식약처가 임상결과를 평가해 조정하겠다는 것인 만큼 식약처의 방침에 맞춰 보유하고 있는 자료를 통해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종근당은 올해 5월 콜린알포세레이트의 효과를 입증하는 장기 임상결과를 공개한 적이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도네페질과 함께 투여하면 도네페질을 단독 투여했을 때보다 증세가 악화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2012년부터 관련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아멘타 이탈리아 카멜리노대학 교수는 “치매는 완치가 불가능해 조기에 발견해 증상 악화를 지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종근당의 글리아티린이 초기 치매환자와 경도인지장애 단계에 있는 환자 치료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의료현장에서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며 “다른 약물과 병용을 했을 때 효능이 더 있고 장기적으로 처방했을 때도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도 충분히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