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안에 대한 국민연금의 태도에 반전은 없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전문위원회(의결권위)가 이례적으로 열려 주목됐으나 국민연금의 찬성입장을 사실상 확정하는 선에서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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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본사.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다. |
그러나 의결권위는 삼성물산 주총 이후 의결권위의 입장을 밝히기로 해 국민연금 의사결정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남겼다.
국민연금의 민간 자문기구인 의결권위가 14일 회의를 열어 합병안의 타당성을 검토했다.
김성민 의결권위원장은 회의를 마친 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건을 국민연금 의결권위에 판단결정을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본건에 대해 심의 의결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국민연금이 내부적으로 합병을 찬성하기로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의결권위가 이를 심의해 의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결권위는 이번에 위원들의 요청으로 소집됐는데 이렇게 의결권위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결권위가 매우 이례적으로 열리면서 국민연금의 합병찬성을 놓고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특히 의결권위가 열리기 전날인 13일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의결권위도 열지 않은 채 합병에 찬성하면서 ‘삼성공화국’임을 재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의 이런 발언이 나온 데 이어 의결권위가 소집되면서 한때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그러나 의결권위는 왜 합병에 대한 의결권을 의결권위에 위임하지 않았는지 국민연금에 따져 묻는 선에서 그친 것으로 보인다.
의결권위는 국민연금이 입장을 정하기 곤란한 문제에 대해 결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자문기구다. 지난달 SK와 SKC&C의 합병에 대해 의결권위는 국민연금의 위임을 받아 반대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안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투자위)가 직접 찬성결론을 내렸다. 다만 투자위는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까지 결론을 외부에 공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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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
의결권위가 회의를 소집한 이유는 국민연금 투자위원회가 단독으로 결정을 내린 데 대한 불만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의결권위 회의에 의결권위원이 아닌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도 참석해 찬성결정을 내린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원래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위임해야만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의결권위가 당초의 찬성 결정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결권위는 국민연금의 합병안 찬성 결정을 심의하지 않았지만 여운을 남겼다.
김성민 위결권위원장은 “국민연금이 의결권위에 의결요청을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판단을 강행한 것이 타당했는지에 대해서 따로 의결권위의 입장을 결정했다”며 “삼성물산 주주총회 이후에 결정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유현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