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이 모두 중요한 시장이고 들어가야 한다. 일본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지만 확실한 전략이 있으면 들어가자마자 점유율 25%를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2018년 1월 미국에서 열린 미국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그로부터 1년 8개월이 지난 지금 정 수석부회장이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삼아 동남아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3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르면 올해 안으로 인도네시아 델타마스공단에 터를 잡고 승용차공장 착공에 들어간다.
델타마스공단에는 일본 자동차기업인 스즈키와 미쓰비시, 제너럴모터스(GM)의 중국 자회사 울링자동차 등이 진출해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일본 자동차회사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자동차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앞세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인도네시아 자동차시장에서 토요타 등 일본차 기업들은 몸집이 작고 가격이 저렴한 소형차를 중심으로 꾸준히 판매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차 기업은 소형 다목적차량(MPV)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현대차는 소형 SUV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법인은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인도네시아 자동차시장에서 SUV 점유율은 2017년 14%에서 2018년 17%로 증가했다”며 “흥미로운 형식을 갖춘 이 다목적 승용차(SUV)는 다목적차량의 인기를 능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는 현대차가 소형 SUV 가운데서도 전기차 모델에 힘을 실을 것으로 바라본다. 당장 일본차를 제치는 게 힘든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전기차를 앞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해외기업을 대상으로 전기차 생산 및 판매에 우호적 환경을 꾸리는 데 힘을 싣고 있다는 점도 현대차가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에 전기차를 앞세울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코트라 자카르타 무역관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9년 안으로 전기차를 생산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규정을 마련해 공포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전기차를 대상으로 특별소비세를 40%가량 낮추는 정책도 추진하고 있어 전기차 판매에 유리한 환경도 꾸려지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자동차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장으로 눈을 돌려왔다.
2017년 4월 베트남의 섬유제조기업 탄콩그룹과 50 대 50 비율로 상용차 반조립제품 공장을 세운 데 이어 올해 1월 판매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또 싱가포르의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 그랩과 손잡고 1월부터 동남아 공유차량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시장 조사기관 BMI에 따르면 아세안(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5곳 기준)의 자동차시장 규모는 2017년 321만 대에서 2022년 454만 대로 41.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 착공과 관련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지만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는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공장 건설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카르타 글로브 등 인도 현지 언론매체는 앞서 7월 아일랑가 하타르토 인도네시아 산업부 장관의 말을 빌려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를 자동차 수출 허브로 만들고 동남아시아에서 전기차를 개발하려는 계획의 하나로 인도네시아에 28억 달러(약 3조3500억 원) 투자를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