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외국계 대주주를 추가로 맞이하면 현재의 과점주주체제에도 변화가 생길까?
우리금융지주 지분을 매입한 대만 푸본생명에 이어 중동 국부펀드 등이 우리금융지주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금융지주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와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우리은행이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지분 1.8% 인수에 중동의 한 국부펀드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중동 국부펀드는 우리은행이 우리카드 지분 100%를 우리금융지주에 넘긴 대가로 받은 우리금융지주 지분 5.8%를 모두 인수하는 것도 검토했다.
하지만 이날 우리은행이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지분 4%를 푸본생명에 매각하면서 잔여지분 1.8%를 인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10월 기업설명회를 열기 위해 중동과 북미를 방문한다는 일정을 변경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중동 국부펀드의 잔여지분 매입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손 회장은 중동 국부펀드가 우리금융지주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인다는 점을 알고 8월 말이 돼서야 중동 방문을 해외 방문 일정에 추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 국부펀드까지 우리금융지주 지분 1.8%를 보유하게 된다면 우리금융지주에서 외국계 대주주의 영향력은 커질 수 밖에 없다.
푸본생명은 4%의 지분을 확보하며 우리금융지주의 5대 주주로 단번에 올라섰다.
우리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예금보험공사(18.22%), 2대주주는 국민연금(8.18%), 3대 주주는 우리사주조합(6.75%)이다.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하는 과점주주 가운데 푸본생명보다 많은 지분을 소유한 곳은 4대 주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5.96%) 뿐이다.
다른 과점주주인 키움증권(3.98%), 한국투자증권(3.98%), 동양생명(3.98%), 한화생명(3.8%) 등이 들고 있는 지분을 살펴보면 중동 국부펀드가 보유할 수 있는 지분 1.8%로도 우리금융지주 지배구조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우리금융지주 과점주주는 새 외국인 주주에게 순순히 경영참여를 허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분을 확보한 푸본생명 역시 경영참여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푸본생명은 재무적투자자로 우리금융지주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이번 지분 매각으로 우리금융지주 과점주주의 지위에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푸본생명이 거액을 투자한 점을 놓고 지분가치 상승을 노리는 재무적투자자에만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국내 금융주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분가치 상승 등을 노린 투자라기 보다는 협력관계를 쌓은 뒤 향후 경영참여를 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푸본생명은 우리금융지주 지분 4%를 매입하는 데 약 3600억 원을 투자했다.
푸본현대생명의 최대주주(48%)가 되기 위해 두 번에 걸쳐 약 4500억 원을 투입한 뒤 국내 금융시장에 다시 투자한 것이다.
푸본생명은 대만 최대 금융지주사인 푸본그룹의 자회사로 푸본은행 등을 통해 보험상품을 판매한 경험이 풍부하다.
우리금융지주는 현재 보험사를 갖추지 못하고 있어 푸본생명이 우리은행을 활용해 푸본현대생명상품을 팔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만은 10년 전부터 저금리를 겪고 있어 푸본생명은 저금리상황의 보험상품 운용과 판매에 능하다”며 “푸본생명이 이번 지분 매입을 통해 우리금융지주와 협력관계를 강화하면 향후 경영참여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