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이 ‘창업공신’과 30~40대 젊은 전문경영인(CEO)들의 ‘신구조화’를 통해 내실 다지기에 힘쓰고 있다.
한동안 재무 건전성 위기에 빠져 흔들렸던 그룹을 정비하면서 전문성을 갖춘 전문경영인들을 사업부문에 맞게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은 내년 창사 40돌을 앞두고 올해 초 전문경영인체제를 꾸린 데 이어 대표이사급 임원진들의 인사이동을 실시하며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올해 초 박 회장과 여동생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 등 오너일가는 공식적으로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뗐다.
박 회장은 미래 먹거리 발굴과 차세대 경영자 육성에 전념하고
박성경 부회장은 이랜드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오너일가가 경영에서 물러난 뒤 7개월 만에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파크 등 주요 계열사의 CEO 구성에 다시 변화를 줬다.
그룹사 전체를 재정비하면서 각 계열사 대표이사들의 임무를 조정하고 있다.
7월 김연배 이랜드리테일 대표이사(만 59세)가 이랜드그룹 대외협력실 총괄대표로 자리를 옮기고 석창현 이랜드리테일 사업부문 대표가 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에 따라 이랜드리테일은 최종양 부회장(만 57세)과 석창현(만 54세) 대표이사체제로 꾸려졌다.
올해 초 석창현 대표이사와 나란히 상품부문 대표에 올랐던 정성관 상무는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지 않아 추후에 다른 계열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이랜드파크도 올해 초 김현수 김완식 각자대표이사체제로 출발했지만 올해 7월부터는 김현수 대표(만 58세)가 홀로 이끌고 있다.
김완식 대표(만 35세)가 7월에 이랜드파크 외식부문으로 독립분사한 이랜드이츠 대표이사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김완식 대표는 젊은 나이에도 외식사업부문을 이끌며 성과를 낸 실력을 바탕으로 새 먹거리를 찾는 데 전념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이랜드월드도 김일규 부회장(만 61세)과 최운식 대표이사(만 40세)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최종양 부회장과 김일규 부회장은 박 회장이 이랜드를 창업했을 초기부터 30여년 동안 이랜드그룹에서 일해오며 ‘창업공신’인데 나이가 젊은 30~40대 신규 CEO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랜드그룹의 최대 현안이었던 재무 건전성 위기도 급한 불은 꺼지고 있는 만큼 각 계열사들의 독립경영 성과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2016년 그룹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315%까지 치솟으면서 재무 건전성 위기를 맞아 휘청이기도 했지만 2017년부터 그룹 주요 브랜드 일부를 매각하고 외부 자금을 유치하는 등 개선작업을 진행해 부채비율을 지난해 말 기준 172%까지 낮췄다.
이와 함께 계열사간 신용공여 규모도 꾸준히 줄여가며 동반부실 위험도 낮췄다.
하지만 이랜드그룹의 각 계열사 CEO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적해있다.
그룹 전체적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랜드크루즈와 투어몰, 와팝 등 일부 계열사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으며 이랜드파크와 예지실업 등의 부채비율은 각각 400%, 4350% 수준에 이른다.
이 기업들의 청산작업이나 추가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필요한 셈이다.
무엇보다 이랜드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양치기 소년’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 역시 독립경영을 맡게 된 CEO들의 몫이다.
이랜드그룹은 그동안 이랜드리테일 상장계획을 수년째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킴스클럽 매각 번복, 이랜드패션차이나홀딩스 기업공개 중단, 외식부문 분리매각 번복 등 수차례 시장의 신뢰를 저버리면서 평판이 악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도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던 박 회장이 공식적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만큼 창립 40돌을 앞두고 이랜드그룹이 새로운 변화를 꾀하려면 필수적으로 이런 이미지를 깨뜨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