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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오른쪽)이 5월15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안젤리쿠시스 그룹 회장의 딸인 마리아 안젤리쿠시스와 선박 건조 계약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유럽 선박사업의 거점국가인 그리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놓여 조선사업에 타격이 예상된다.
정 사장의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가 이번 그리스 사태로 발목을 잡히지 않을지 우려된다.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29일 전일 대비해 6.79% 떨어진 1만3050원을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이달 초 대비 19%나 빠져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대우조선해양의 주가 하락은 그리스 디폴트 우려가 국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리스는 28일 은행 영업중단과 예금인출 제한 조치를 결정해 디폴트 가능성이 떠오른다.
특히 조선업종이 그리스발 위기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
이날 코스피 조선업 지수는 5.05% 하락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화인베스틸(-8.97%)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낙폭을 보이며 현대중공업(-6.36%), 삼성중공업(-3.20%) 등 경쟁사들보다 출혈이 컸다.
그리스는 조선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그리스가 세계 최대의 해운국가이기 때문이다.
올해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그리스는 지난해 기준 4252척, 약 3억DWT(재화중량톤수) 규모의 선박을 거느리고 있다. 이 때문에 그리스 경제가 흔들릴 경우 세계 조선·해운업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취임 전부터 선박수주를 위해 그리스로 달려갔을 정도로 대우조선해양에게도 그리스는 수주 텃밭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그리스 안젤리쿠시스그룹에 속한 마란탱커스 매니지먼트로부터 15만6천 톤급 원유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월에도 마란탱커스 매니지먼트로부터 31만9천 톤급 원유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
안젤리쿠시스그룹은 그리스 해운시장 점유율 7.1%를 차지하고 있는 1위 회사다.
대우조선해양은 안젤리쿠시스와 1994년 첫 거래 이후 84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대우 옥포조선소와 루마니아 대우망갈리아 조선소에서 안젤리쿠시스가 발주한 선박만 26척이 건조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미 수주한 선박들은 선주사의 자금조달이 모두 완료된 것으로 그리스 사태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상황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세계 금융위기 여파가 국내 증시에 미친 2008년 11월20일 이후 6년7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조선업체 중 가장 많은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지만 회사의 밸류에이션은 대형 조선사 중 가장 낮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