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직원이나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복지포인트가 통상임금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2일 서울의료원 노동자 548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복지포인트 전제가 되는 선택적 복지제도는 근로복지기본법에서 정한 제도"라며 "근로복지기본법은 근로복지 개념에서 임금을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포인트는 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복지포인트 운영방식을 봐도 임금 성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복지포인트는 여행·건강관리·문화생활 등으로 사용 용도가 제한됐고 통상 1년 안에 사용하지 않은 포인트는 소멸하고 양도도 안 된다"며 "임금이라고 보기엔 적절치 않은 특성"이라고 말했다.
복지포인트가 근로 제공과 무관하게 연초에 일괄 배정되는 점과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등에서 복지포인트를 보수나 임금으로 명시하지 않을 때가 많은 점도 복지포인트를 임금으로 볼 수 없는 이유로 들었다.
다만 박상옥, 박정화, 김선수, 김상환 대법관은 복지포인트도 근로기준법상 임금이며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대법관들은 "계속적 정기적으로 배정되고 단협이나 취업규칙상 배정 의무가 있는 복지포인트는 근로 대가로 봐야 한다"며 "사용 용도에 제한이 있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통화로 지급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다수의견은 이런 반대의견을 받아들일 때 발생할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법원은 "복지포인트가 배정됐다는 것만으로 임금 지급이 이뤄진다고 보는 건 부당하다"며 "근로기준법 임금 지급 원칙의 취지와도 안 맞고 선택적 복지제도 활성화에 사실상 장애가 되는 문제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의료원은 2008년부터 직원들에게 온라인이나 가맹업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복지포인트를 근속연수에 따라 해마다 지급했다.
복지포인트 한도 안에서 사전에 마련된 복리후생 항목 가운데 원하는 물품 구입 등에 사용할 수 있었다. 다만 매년 12월20일까지 사용하지 못한 포인트는 소멸됐고 타인에게 양도도 할 수 없었다.
서울의료원은 복지포인트가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전제로 수당 등을 지급했고 직원들은 복지포인트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2010년 1월부터 3년 동안 수당을 다시 산정해 지급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은 "모든 직원에게 균등히 일정 복지포인트를 배정했고 직원들은 포인트로 자유롭게 물건 등을 구입했다"며 "소정 근로의 대가이며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이라며 통상임금 성격을 인정했다.
2심도 "휴직자와 퇴직자를 포함해 해당 연도에 근무한 모든 근로자에게 복지포인트를 지급했고 사용 용도에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의료원이 사전 설계한 복지항목 업종에서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이 복지포인트의 통상임금 성격을 놓고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대법원에서 심리하고 있는 관련 사건 20여 건 및 하급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