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19-08-11 16: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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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증권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으로 검토하는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놓고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과 동시에 공매도 금지가 현재 한국 증시 상황에 꼭 필요한 조치인지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역시 늘고 있다.
▲ 금융위원회.
공매도란 주식이나 채권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이다.
당장 보유하지 않은 주식 등을 매도하더라도 매도자가 결제일인 매도 뒤 3일 안에 주식을 마련해 매수자에게 넘기면 되기 때문에 가능한 거래 방식이다.
매도자가 공매도한 뒤 매도가격보다 더 싼 가격에 주식 등을 매수한다면 시세차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주가 하락상황에서 이익을 볼 수 있는 투자기법이다.
최근 한국의 증권시장에서 한시적이나마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은 최근 한국의 경제상황을 둘러싼 대외상황이 크게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공매도가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하므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분쟁이 환율전쟁으로 격화되고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더해지면서 한국의 증권시장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2일 1998.13으로 장을 끝내 7개월 만에 2천 선이 무너졌다. 코스닥지수는 5일 569.79로 거래를 마치면서 1년5개월 만에 600선을 내줬다. 5일 코스닥시장에는 3년여 만에 증시 하락에 따른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증권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공매도가 늘게 되고 결과적으로 증권시장의 약세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꼽힌다.
특히 바이오업종의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바이오업종은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신라젠의 펙사벡 임상중단 등 대내적 악재까지 겹치며 상대적으로 큰 주가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종목 가운데 신라젠, 에이치엘비, 코오롱티슈진 등 바이오기업들은 9일 기준으로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하지만 증권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한시적 공매도 금지가 현재로서는 불필요한 조치라는 시선도 만만찮게 존재한다.
금융위가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와 현재 한국 증시상황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2008년에는 코스피지수가 1900선에서 시작해 같은 해 10월에 1천 선을 밑돌 정도였다. 2011년에도 코스피지수는 5월에 2200을 넘겼다가 9월에 1600대 까지 떨어졌다.
올해 8월 코스피지수는 6일 장중에 1900선을 내주기도 했지만 8일부터 상승 전환해 9일에는 1937.75로 장을 마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섣불리 공매도를 제한하는 조치를 내리면 떨어져야 할 주가가 떨어지지 않는 주가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며 “공매도 금지에 따른 주가왜곡은 다시 공매도가 허용됐을 때 주가 하락을 유발해 오히려 증시 약세를 장기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로서도 한시적 공매도 금지조치는 지금까지의 발언을 뒤집어야 하는 점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한시적 공매도 금지는 비교적 강력한 정책수단인 만큼 대내외적으로 투자자들에게 한국의 증권시장이 불안하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꾸준히 현재 한국의 금융시장은 크게 문제가 없다고 강조해 왔다. 세계 9위 수준의 외환보유액, 낮은 단기외채 비율 등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과거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6일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는 복수의 대외적 악재가 겹쳐 발생하면서 투자자의 불안심리를 자극한 측면이 크다”며 “이런 시장 불안요인이 지속되면 부정적 상승작용으로 더 큰 시장충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시장 참여자 모두가 객관적 시각에서 냉정을 되찾고 차분히 대응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성수 수출입은행장도 차기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뒤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금융은 당장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스스로 위기라고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위기가 온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