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하 하나제약 대표이사 사장이 진정수면마취 신약 ‘레미마졸람’의 국내 출시를 계기로 복제약 중심의 내수형회사에서 신약 개발능력을 갖춘 회사로 바꾸는 데 속도를 낸다.
이 사장은 레미마졸람이 국내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아시아 지역 수출과 위탁개발사업의 발판이 돼 하나제약의 중장기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이윤하 하나제약 대표이사 사장.
9일 하나제약에 따르면 2월 레미마졸람의 임상3상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제약은 2013년 독일 바이오벤처회사 파이온으로부터 레미마졸람의 기술을 이전받아 국내 개발권과 제조권, 출시 뒤 10년 동안 독점판매권을 보유하고 있다.
레미마졸람은 진정효과와 회복시간이 빠른 ‘프로포폴’과 안정성이 우수한 ‘미다졸람’의 특징을 혼합한 화합물이다. 두 약물의 장점만 모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레미마졸람은 임상3상에서 미다졸람보다 향상된 전신마취능력을 보였다. 특히 프로포폴의 단점인 호흡억제와 불안정성을 낮춘 결과를 나타내 대체약물로서의 가능성을 높였다.
이 사장은 마약류의약품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하나제약의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레미마졸람이 국내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나제약의 마약성 진통제 '하나구연산펜타닐주'는 동일성분 마취제시장에서 56%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흡입 마취제 세보프란흡입액도 시장 점유율 49%를 차지하는 1위 제품이다.
게다가 진정수면마취제는 1990년대 출시된 프로포폴 이후에 국내에서는 신약이 출시되지 않은 상태여서 레미마졸람이 시장을 장악하는 데 유리하다.
하나제약 관계자는 “일본에서 레미마졸람 판매권을 지니고 있는 제약사 먼디파마가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의 승인을 받게 되면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참고할 기준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일본에서 레미마졸람을 승인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4분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신청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레미마졸람의 수출도 노리고 있다.
하나제약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에서 파이온과 제조권 계약을 맺은 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 사장은 일단 파이온과 협상을 통해 약 15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는 동남아시아 6개국 판매권을 들고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사장은 일본과 유럽 등 파이온이 레미마졸람의 판매권 계약만을 맺은 지역을 대상으로 위탁생산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있다. 파이온이 하나제약에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의 생산기지를 맡아줄 것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하나제약은 위탁생산에 대비하기 위해 화성공장에 신규 생산라인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에 준공을 마치고 유럽과 일본의 의약품제조기준(GMP) 인증도 받으려 한다.
하나제약 관계자는 “파이온과 동남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레미마졸람의 판권을 놓고 현재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하반기에 수출 판권 성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