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밍을 통해 세계에서 이동통신서비스를 사용하듯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시장에서 자유롭게 포인트를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도 김 회장이 직접 낸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하나금융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결제시스템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현지 금융회사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는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결제서비스로 세계 금융기관이나 유통회사, 포인트회사 등을 한 데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올해 안에 베트남, 인도네시아,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에서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현지 금융회사와 협력해 직접 인프라나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않고도 결제가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하나금융그룹은 일본 미즈호은행, 미쓰이스미토모신탁그룹, 대만 에버리치그룹, 타이신금융그룹 등 다양한 금융회사와 제휴관계를 맺어두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 담당조직을 독립법인으로 분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최대한 많은 금융회사와 협력을 맺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금융회사들이 경쟁사인 하나금융그룹과 제휴를 맺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분사를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의 영향력이 커지려면 다양한 금융회사와 협력을 맺어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어디서든 결제가 가능하도록 가맹점을 확보해야 하지만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가맹점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회사와 제휴를 맺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인 것이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대만 타이신금융그룹과 제휴관계를 통해 하나금융그룹의 하나멤버스앱 외에 타이신은행앱에서도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플랫폼 주도권은 하나금융그룹이 지니고 있지만 고객 채널은 현지화 방식을 통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더욱 많은 가입자를 늘릴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세계적으로 파트너회사를 확보해 신용카드 결제방식보다 수수료는 낮추면서도 더욱 편리한 결제시스템을 만들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비자나 마스터카드 등 신용카드회사들도 글로벌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결제시스템을 구축해두고 있지만 수수료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었다. 해외 여행객들은 비자카드나 마스터카드의 결제망을 사용하는 명목으로 결제대금의 1~2%가량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하나금융그룹이 글로벌 금융회사와 쌓은 관계를 바탕으로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를 만들면 이미 현지회사가 구축해둔 결제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수료를 낮추면서도 편의성은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대만이나 태국 현지인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현지은행의 앱을 통해 결제할 수 있기 때문에 비싼 수수료를 내거나 하나금융그룹 앱을 별도로 깔지 않아도 된다.
김 회장은 2015년부터 하나금융그룹 결제시스템에 꾸준히 애착을 보였는데 올해 가시적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이 그동안 거대 정보통신(IT)회사 오라클과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 등 4년 동안 꾸준히 기반을 닦아왔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14곳 국가의 58곳 회사와 제휴관계를 맺어두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