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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왼쪽부터) |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한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하되 합병법인의 이름을 삼성물산으로 정해졌다.
합병 삼성물산은 연매출 34조 원의 거대기업으로 재탄생한다.
이번 합병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숨가쁘게 추진해 온 지배구조 개편의 종착역으로 평가받는다.
이로써 합병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이재용-삼성물산-삼성전자와 삼성생명으로 단순해졌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26일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은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된 1대 0.35의 합병비율로 삼성물산을 합병한다. 제일모직은 신주를 발행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교부한다.
두 회사는 오는 7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오는 9월1일자로 합병을 마무리한다.
합병법인의 이름은 제일모직이 아닌 삼성물산으로 하기로 했다.
삼성그룹은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고려하고 삼성그룹의 창업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 3남매의 보유지분은 변화를 겪지만 지배력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하고 있는데 합병법인에서 16.5%로 변한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은 제일모직 지분을 각각 7.8%씩 보유하고 있는데 합병 뒤 지분은 5.5%로 줄어든다.
이건희 회장이 합병 뒤 보유하게 될 지분 2.9%를 포함하면 오너 일가는 합병회사 지분을 30.4%를 소유하게 돼 합병법인을 통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더욱 견고하게 지배하게 된다.
삼성물산은 1938년 세워진 삼성그룹의 모태회사다. 이 회사는 1975년 ‘종합상사 1호’로 지정돼 해외영업을 주도해 왔다. 삼성물산은 1995년 삼성건설과 합병한 뒤 건설과 상사부문으로 나뉘어 세계 50여 국가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1963년 설립됐으며 부동산과 테마파크사업을 시작으로 건설, 식음료서비스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왔다. 2013년 옛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인수하고 2014년 말 상장했다.
두 회사는 2011년 삼성그룹의 바이오사업에 함께 참여했으며 지난해 레이크사이드 골프장을 공동으로 인수하는 등 협력관계를 강화해 왔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뒤 건설과 패션 등 핵심사업에서 경쟁력과 해외영업 인프라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이에 따라 건설과 상사부문에서 해외경험이 풍부한 삼성물산과 합병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물산은 사업부진에서 벗어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사업다각화를 검토해 왔다.
삼성물산은 지난 1분기 시장기대치의 3분의 1에 불과한 488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건설부문의 경우 서울 9호선 공사지연, 해외 대형공사의 공사지연, 호주 철광석광산 공사매출 하락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상사부문은 유가하락에 따라 화학부문의 수익성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지난해 매출을 합치면 약 34조 원에 이른다. 두 회사는 합병에 따른 시너지로 오는 2020년 60조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회사는 이번 합병을 통해 패션·식음·건설·레저·바이오 등 인류의 삶 전반에 걸쳐 프리미엄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의식주휴(衣食住休)·바이오 선도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삼성그룹은 밝혔다.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은 “이번 합병은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인간의 삶 전반에 걸친 전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