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주요 프로젝트 추진일정이 잠시 중단됐다.
현대글로비스에 다니는 직원은 “지난주부터 윗선에서 주요 프로젝트 추진을 잠시 중단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며 “현대모비스와 합병하면 담당업무가 바뀔 수 있어 프로젝트를 잠시 보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내부적으로도 모듈과 전동화, AS부품사업부문 등의 전반적 업무가 회사 분할과 합병 등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는 상부의 지침이 프로젝트 담당 고위간부들에게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의 가닥을 잡으면서 이 과정에 핵심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계열사들이 후속지침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해온 지배구조 개편 태스크포스가 최근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에게 최종 개편안을 보고한 것으로 26일 전해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8년 5월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한 이후 1년가량 중단된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태스크포스의 보고내용을 보완해 이를 조만간 공개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10월까지 후속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 아래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추진했던 개편안의 기본 뼈대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2018년 3월 말에 발표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은 현대모비스를 존속법인(투자 및 핵심부품사업부문)과 신설법인(모듈 및 AS부품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하고 신설법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은 현대차그룹 최상단 지배회사로서 아래에 현대차와 기아차, 합병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등을 두게 된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한 뒤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의 지분을 사들여 회사의 지배구조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을 놓고 해외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주주들의 반발이 거셌던 만큼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개편안을 다시 짰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현대모비스가 인적분할해 설립될 신설법인을 재상장한 뒤 시장에서 공정가치를 평가받아 이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면 ‘자의적 비율 산정’이라는 의구심을 피할 수 있는 만큼 ‘현대모비스 분할 뒤 재상장’ 시나리오가 진행될 수 있다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대모비스 인적분할 대상의 사업부문을 놓고 미세한 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모듈과 AS부품사업을 신설법인으로 떼려 했던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안을 수정해 아예 미래 핵심사업으로 평가받는 전동화사업만 존속법인에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현대글로비스에 이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지난번 문제가 됐던 분할합병 비율 역시 조정된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단순히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새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도 나온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대다수의 의결권 자문기관이 ‘분할합병 비율’뿐 아니라 ‘효과’와 ‘목적’을 놓고도 부정적 의견을 전달했던 만큼 (현대차그룹이) 단순히 비율을 조정해서 사업구조 재편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투자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바라봤다.
김 연구원은 “비용의 효율성보다는 절차의 공정성이 중요하다는 점, 향후 법 개정에 대응하며 지배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특수관계인(오너 일가)가 보유한 현대차 지분을 현대모비스에 현물출자해 현대모비스의 지배력을 얻는 시나리오가 가능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현대모비스 지배력을 30% 넘는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