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이 인천공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어부산은 부산·경남 수요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인천 진출에 성공하면 분리매각 매물로서 가치도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과 관련해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를 모두 묶어 판매하는 ‘통매각’ 대신 자회사를 분리해 판매하는 ‘분리매각’ 방식이 고개를 들고 있다.
▲ 한태근 에어부산 대표이사 사장.
'통매각' 방식으로는 재무적 부담때문에 인수전에 뛰어들기 힘든 애경그룹, SM그룹, 호반그룹 등이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이나 에어서울 등을 인수하기 위해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이 분리매각 방식으로 매각된다면 아시아나항공의 저비용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의 매물로서 가치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에어부산은 2018년 기준 저비용항공사 6곳 가운데 매출순위 4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기단 규모는 2위인 진에어와 같다.
에어부산이 최근 인천 출발 노선 개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점은 단독 매물로서 에어부산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다.
에어부산은 창사 이후 지금까지 부산·경남 지역의 항공 수요를 유치하는 데 집중해왔다.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에어부산의 여객 점유율은 35%에 이른다. 국내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에어부산은 유일하게 인천 노선을 개설하지 않고 있다.
에어부산이 부산·경남 지역의 수요에 집중해온 것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와 노선 분배에 따른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노선에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다른 저비용항공사인 에어서울은 현재 운항하고 있는 국제선 전 노선이 인천국제공항을 기점으로 두고 있다.
올해 초 진행된 몽골 울란바토르 운수권 분배에서 에어부산을 제외한 모든 저비용항공사가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을 두고 경합을 벌였는데도 불구하고 에어부산은 부산~울란바토르 노선 운수권에만 집중했던 이유 또한 아시아나항공이 인천~울란바토르 노선 배분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에어부산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저비용항공 계열사가 아니라 단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천 진출이 반드시 필요하다.
2018년 한 해 동안 김해국제공항을 이용한 여객 수는 1706만여 명으로 국내 15개 공항 가운데 4위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 여객 수는 6826만여 명으로 김해국제공항 여객 수의 4배가 넘는다.
김해국제공항의 슬롯(공항별 항공기 이착륙 허용능력) 역시 현재 포화상태다. 에어부산에 따르면 현재 김해국제공항의 슬롯 포화율은 98%에 이른다.
에어부산은 올해 1분기에 상장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가장 좋지 못한 실적을 냈는데 이 역시 부산·경남 수요에만 의존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에어부산은 올해 1분기에 매출 1740억 원, 영업이익 54억 원을 냈다. 2018년 1분기보다 매출은 2.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8.2% 줄었다. 에어부산의 영업이익 감소율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국내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가장 높다.
에어부산은 5월 초 배분받은 중국 운수권을 바탕으로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노선 취항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에어부산은 5월 초 국토교통부로부터 인천과 중국 선전, 청두, 닝보를 잇는 운수권을 배분받았다. 에어부산은 올해 안으로 배분받은 운수권을 활용해 신규 노선을 취항할 계획을 세웠다. 14일 새로 도입한 A321-200 항공기 역시 인천 출발 노선을 취항할 때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인천 진출은 에어부산의 더 큰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라며 “이번에 배분받은 인천 출발 중국 운수권이 그 마중물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연내 취항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