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 재고 증가에 대응해 생산라인을 효율화하며 사실상 반도체 생산량을 감축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명진 삼성전자 IR담당 부사장은 30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메모리반도체 투자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하반기까지 대외 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시설 투자와 증설로 최적화가 필요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생산설비 재배치 등 반도체사업 전반에서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반도체업황 악화에 대응해 생산량을 감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60% 줄었다. 특히 실적 대부분을 책임지는 반도체사업부 영업이익이 64%에 이르는 감소폭을 보이며 전체 실적 부진을 이끌었다.
메모리반도체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이 재고 증가로 이어지면서 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익성 악화를 주도하는 만큼 삼성전자도 생산 감축이 필수적이라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반도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10%, 마이크론은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기존 계획보다 5% 줄이겠다는 감산계획을 내놓았다.
메모리반도체 1위 기업인 삼성전자까지 생산 감축에 가세한다면 공급과잉이 빠르게 완화돼 업황 회복을 앞당기는 효과가 나타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반도체 수요 전망이 낮아짐에 따라 재고를 조절하기 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생산라인을 효율화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생산 규모가 얼마나 변화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도 반도체 수요 약세가 이어지겠지만 하반기부터 전자제품 성수기를 맞아 수요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 부사장은 "주요 고객사의 메모리 고용량화가 수요 증가를 이끌 것"이라며 "기술 경쟁력과 원가 경쟁력을 모두 강화해 고객사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올해 반도체 생산 증설을 위한 시설투자를 벌이지 않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공정전환을 위한 시설투자는 지속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