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KCGI 대표가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의 한진그룹 지분승계 과정에서 ‘우호지분’ 역할을 해 ‘기업승계’ 전문가 면모를 보여줄까.
강 대표는 사모펀드인 LK파트너스와 KCGI에서 일하면서 기업 경영권 승계를 진행하고 있는 중소·중견기업들의 ‘지원자’ 역할을 자처하며 차익을 얻는 투자전략을 펼쳐왔다.
조 사장이 한진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KCGI와 이해관계가 상당부분 일치하게 되면서 협력할 가능성이 떠오르지만 둘 사이에 남아있는 감정적 앙금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조 사장이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상속세 마련 및 경영능력 입증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는 데 조 사장에게 ‘백기사’ 노릇을 해줄 우군도 마땅치 않다.
조 사장의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은
조양호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한진칼 지분 17.84%를 온전히 물려받을 수 있는지 여부다.
상속세 부담이 1700억 원가량으로 상당한 만큼 조 사장은 법무법인 광장을 통해 펀드 등을 대상으로 한진칼 지분 일부를 넘겨받고 조 사장의 우군 역할을 해줄 이른바 ‘백기사’를 수소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사장의 승계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는 한진칼 지분 13.47%를 보유한 2대 주주인 KCGI의 존재 때문이다.
KCGI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을 겨냥했지만 주주제안 자격이 안 된다는 법원의 결정에 가로막혀 1년 뒤 열릴 주주총회를 노리고 있다.
조 사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2020년 3월, 대한항공 사내이사 임기는 2021년 3월에 끝난다.
조 사장으로선 KCGI의 공세와 스튜어드십코드를 강화하고 있는 국민연금을 염두에 두면 그룹 주요회사의 지분을 늘려도 시원치 않을 판이지만
조양호 회장의 지분을 온전히 물려받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다만 행동주의펀드가 원하는 것은 한 회사의 경영권 자체가 아니라 지배구조 변화를 통한 수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 사장과 강 대표가 서로 대립각을 세울 이유가 없다는 말도 나온다.
정석기업과 한진 등 지분 및 부동산의 매각, 배당확대 등으로 최대한 상속세를 마련해야하는 조 사장과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및 자산 매각을 요구해오던 강 대표가 원하는 그림이 비슷해졌다는 것이다.
조 사장은 KCGI의 지분을 우호지분으로 삼아 그룹 영향력을 유지하며 지분 승계에 주력하고 KCGI는 주주 환원정책이나 자산매각 등 그동안 한진그룹측에 요구해왔던 재무구조 개편방안을 현실화하는 선에서 서로 타협점을 찾는 방식이다.
조양호 회장과 달리 조 사장으로선 지분 승계가 최우선 과제가 된 만큼 KCGI가 요구했던 자산 매각이나 감사 및 사외이사 선임안 등을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덜할 수 있다.
강 대표로선
조양호 회장이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현재 상황에서 KCGI가 계속해서 오너일가를 겨냥해 칼끝을 들이밀기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조양호 회장의 장례가 모두 끝난 뒤 강 대표가 조 사장에게 한진그룹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대신 얻어낼 것을 받아내는 협상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강 대표는 LK파트너스에서 일하며 ‘기업승계’시장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파고들기도 했다.
2015년 상속세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요진건설 지분 45%를 확보해 2대주주에 오른 뒤 2017년 지분을 다시 1대 주주에게 되팔아 1천억 규모의 차익을 얻었다.
전영우 대원 회장이 아들인 전응식 대원 대표이사에게 건설회사 대원의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도 대원이 보유한 대원지주회사와 대원건설 지분 일부를 사들이며 순환출자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가업을 물려주고 싶어도 막대한 세금에 막힌 기업에 투자해 투명한 지배구조로 개선하면서 기업가치를 올린 뒤 지분을 오너에 되팔아 안정적 투자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 사장의 승계과정에서 KCGI가 이미 확보한 지분을 활용해 ‘우호지분’ 역할을 한 뒤 중장기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다시
조원태 사장 등 오너 일가에 되팔아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조 사장과 강 대표 사이에 남아있을 감정적 앙금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이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가 급박하다지만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촉발한 당사자인 KCGI와 우호적 관계를 맺기엔 감정적으로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