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과 강원랜드 등 공기업이 강원도 산불 이재민 구호에 써달라며 억대 성금을 내놓았다.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의도와 함께 회사의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여겨진다.
▲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왼쪽)과 문태곤 강원랜드 사장. |
11일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10억 원을 강원도 산불 피해 복구와 이재민 지원을 위해 내놓아 공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를 보였다.
민간기업을 통틀어도 한국전력보다 성금을 많이 낸 곳은 삼성그룹(20억 원)뿐이다.
한국전력은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 포스코그룹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과 같은 금액을 기부했다.
한국전력은 한국수력원자력, 남동발전, 중부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한전KPS, 한전KDN,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등 전력그룹사와 함께 피해 복구 성금을 내고 노사합동으로 자발적 모금에 나섰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10일 속초 피해현장을 방문하고 한전 속초연수원을 이재민들을 위해 개방했다. 119재난구조단, 한일병원 의료지원단 등을 보내는 등 전사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강원도 산불 발화지점이 전신주의 개폐기로 추정되고 있어 한전의 책임론이 제기된다. 아직 정밀감정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벌써 한국전력이 보상에 나서게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떠오른다.
책임소재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불리하게 진행될 수 있는 여론을 조기에 돌리기 위해서라도 한국전력이 적극적 지원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전력의 이번 성금 규모는 역대 최고 수준이 아니다. 한국전력은 2016년 경주 지진 때 15억 원의 성금을 냈다. 경주에 본사를 둔 한수원은 따로 5억 원을 냈기에 그룹 전제 성금 규모는 20억 원에 이르렀다.
다만 2015~2016년 한국전력은 연간 10조 원이 넘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반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10억 원의 성금은 작지 않은 수준으로 여겨진다.
강원랜드도 산불 피해 복구 지원에 5억 원을 쾌척했다. 문태곤 강원랜드 사장은 이재민들을 위로하며 “추가 지원방법도 검토하고 있다”며 강한 지원 의지를 나타냈다.
강원랜드의 성금액은 2005년 양양 산불 1억 원, 2017년 삼척 도계 산불 5천만 원 지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그만큼 지원에 적극적 모습을 보인 셈이다.
강원랜드는 강원도에 위치한 공기업인 만큼 도민들이 당한 재난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특별히 이번에 지원 수준을 강화한 것은 지역사회와 거리를 좁히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문태곤 사장 취임 후 지역사회와 상생을 내세웠지만 최근 카지노 영업시간 조정 등을 이유로 지역 민심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강원랜드 인근 상가에는 1일부터 문 사장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강원랜드 인근 50여 개 사회단체는 성명을 통해 “문 사장은 지역과 노동자들을 무시하며 대화를 외면해 왔다”며 “출입금지 안내문은 지역사회의 경고”라고 말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산불 피해 지원과 지역사회 갈등은 전혀 무관하다”며 “강원도 대표 공기업으로서 순수하게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전력과 강원랜드의 피해 지원 규모가 돋보이기는 하지만 그 외에도 공기업들의 강원 산불 피해 지원은 줄을 잇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5일 1억 원의 성금과 2천만 원의 물품을 지원을 결정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11일 2억 원의 구호성금을 전달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한국수자원공사(K-water),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은 1억 원의 성금을 냈고 한국감정원도 5천만 원을 기부했다.
이 외에도 토지주택공사는 주거 지원,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전세보증 지원, 코레일은 강릉선KTX 할인 등 공기업의 특성을 살려 피해지역과 이재민을 돕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구호작업과 피해 복구를 위해 장비 지원과 봉사자 파견도 이뤄졌다.
전반적으로 근래 일어난 재난인 경주·포항 지진과 비교할 때 기부액수나 대응 수준이 한층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