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대표이사 사장(가운데)이 2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에서 신차 XM3 인스파이어를 놓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우선 한 가지를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다. 가장 혁신적 크로스오버차량 XM3 인스파이어는 ‘차세대 부산 프로젝트’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은 2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에서 가장 먼저 부산 공장을 입에 올렸다.
황은영 르노삼성차 대외협력본부장이 ‘XM3 인스파이어는 르노삼성차에 어떤 의미인가’라고 묻자 시뇨라 사장은 “르노삼성자동차는 한국고객의 취향을 가장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 XM3를 부산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고 또 부산 공장을 꺼냈다.
미리 준비한 질문과 답변일 가능성이 큰 만큼 시뇨라 사장이 신차 소개에 앞서 XM3가 부산공장에서 생산될 것임을 강조한 것은 부산 공장을 놓고 나오는 주변의 우려를 씻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뇨라 사장은 XM3의 출시일정을 밝히면서 또 한 번 부산 공장을 들었다. 그는 “2020년 상반기에 XM3를 만나게 될 것"이라면서 "‘메이드 인 부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르노삼성차가 2016년 세단 차량인 SM6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QM6를 출시한 뒤 이렇다 할 신차를 내놓지 못해 내수에서 고전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오랜만의 신차 출시는 르노삼성차의 내수판매를 끌어올리는 발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XM3를 놓고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이렇다 할 경쟁 차량이 없는 CUV(크로스오버차량)라는 점과 그동안 르노삼성차를 선택하는 이유로 ‘디자인’을 꼽는 소비자가 많았는데 신차가 높은 디자인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흥행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르노삼성차가 이날 공개한 XM3는 세단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의 특성을 더한 CUV로 쿠페형 디자인이 적용됐다. 쿠페형 디자인은 뒷좌석의 천장이 앞좌석보다 낮아 차량 지붕이 경사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세단 차량과 비교해 날렵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로렌스 반 덴 애커 르노 디자인 총괄 부회장은 XM3의 디자인을 놓고 "쿠페형의 보디라인과 높은 허리선, 정교한 루프(지붕)라인을 갖춘 개성 넘치는 실루엣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내수시장의 규모를 고려해 봤을 때 XM3가 기존 닛산 로그 물량을 대체할 수준의 판매량을 올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수출 물량 확보는 시뇨라 사장에게 여전히 큰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르노삼성차 부산 공장은 지난해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한 데다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던 닛산 로그의 후속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가동률이 떨어질 위기에 놓였다. 닛산 로그 위탁생산 계약은 올해 9월 종료된다.
닛산 로그 물량은 2018년 기준으로 10만7245대에 이른다. 2018년 부산 공장은 자동차를 모두 22만7577대 만들었다.
더욱이 후속물량 확보에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히는 임단협도 아직 매듭짓지 못했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2018년 임단협을 놓고 9개월째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데 후속물량 확보 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르노 본사는 르노삼성차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임단협 지연을 꼽으며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하면 제때 물량을 줄 수 없다는 뜻을 여러 번 내비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시뇨라 사장은 신차 소개가 우선인 자리에서 부산 공장을 강조함으로써 르노삼성차를 둘러싼 우려를 털어내고 분위기를 바꾸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노조의 핵심 요구 가운데 하나가 고용 안정인 만큼 XM3의 부산 공장 배정은 노조를 설득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닛산 브랜드에 이어 르노 브랜드의 차량 배정마저 불확실해진 상황에 놓인 만큼 시뇨라 사장은 임단협 타결에 온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시뇨라 사장은 이날 신차 XM3 공개행사에서 여유로운 미소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XM3를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미래 다양해지는 소비자의 취향에 맞출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차”라고 대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