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 박병대 전 대법관의 1심을 맡은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사실이 불필요하게 길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25일 오전 양 전 대법관 등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최초 공소장 기재대로 재판을 진행하기에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 박병대 전 대법관의 공판준비기일이 25일 오전 열렸다. <연합뉴스> |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이 2014년 전교조 법외노조 효력 정치 처분을 두고 고용노동부의 재항고사건을 무리하게 뒤집으려 했다는 공소사실을 예로 들었다. 공소사실 가운데 당시 주심 대법관이던 고 전 대법관이 사건 처리를 지연하고 있었다는 내용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부분과 관련해 검찰이 고영한 피고인을 기소한 점이 없는데도 고영한 피고인의 행위 내용을 기재했다”며 “직접 관련이 없는 결과 영향 등을 계속해서 기재해 법관이 피고인에게 부정적 선입견이나 편견을 지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사실을 두고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된다고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사가 기소할 때 원칙적으로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법원에서 예단을 지니게 할 서류나 기타 물건을 첨부·인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로 확립됐다.
앞서 고 전 대법관 측은 2월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배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명확하지 않거나 공소 제기된 취지가 불분명한 부분도 지적했다.
검찰은 “직권남용은 정당한 직무권한 범위 내의 범행이므로 정확히 표현하지 않으면 왜 범죄가 되는지 피고인이 뭘 방어해야 하는지 등 방어권 행사에 방해가 된다”며 “피고인들이 어떤 직권에 기댔는지 전후 사정과 동기는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피고인 측의 의견을 다시 한번 서면으로 받은 뒤 정식으로 공소장 변경을 요구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열리는 절차로 출석 의무가 없다.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전직 대법관들 모두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