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점에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다소 무리해 보이는 주주제안을 한 것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차 보유지분 가치를 상승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할 수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지난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의 투자로 본 손실은 현재 3천억~4천억 원가량인 것으로 추정된다. 헤지펀드 특성상 보유지분을 팔고 일정한 수익을 챙겨 나가야 할 시점이 필요한 데 현재처럼 주가가 낮은 수준에 머무르면 매각 시점을 잡기 힘들다.
결국 고배당 요구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계속된 주가 부양정책을 유도하면 엘리엇매니지먼트로서는 주가 상승효과를 봐 손실을 만회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고배당 요구 등이 알려진 27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가는 각각 5.31%, 3.76%씩 올랐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다소 무리한 요구가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주총이 현대차그룹의 의도대로 진행되고 이어 지배구조개편까지 마무리되면 앞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올해 주총을 마지막 기회로 보고 앞으로 있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그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창구를 확보하기 위해 주주제안이라는 카드를 뽑았을 것이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이 주총 표대결에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대화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난해 '활동'을 통해 현대차그룹과 소통창구를 튼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자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제안을 모두 반대했지만 배당성향 확대와 주주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 신설, 경영체제 개선 등의 움직임을 보인 것은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이러한 현대차그룹의 변화를 보고 계속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2018년 8월 현대차그룹에 현대모비스를 AS사업과 모듈 및 핵심부품사업으로 분할한 뒤 AS사업은 현대차와, 모듈 및 핵심부품사업은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라고 요구했다. 2018년 11월에도 주주가치 상승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한 바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27일 오후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공개하고 "우리의 주주제안은 현대모비스의 경영구조와 실적 향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며 "모든 주주들이 지배구조 개편과 초과자본 상태의 대차대조표 정상화를 위해 제안된 이 중요한 의안들을 지지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