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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매니지먼트, 현대차 현대모비스 일반주주 결집할 수 있나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19-02-27 17: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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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를 향해 강한 압박에 나선 속뜻은 무엇일까?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적극적 주주 환원정책과 경영체제의 투명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고배당과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익을 얻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엘리엇매니지먼트, 현대차 현대모비스 일반주주 결집할 수 있나
▲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회장.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식의 투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주가 부양이 일차적 목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한데 향후 추진될 지배구조 개편에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한 포석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27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엘리엇매니지먼트가 3월22일 열릴 현대차, 현대모비스 정기 주주총회에 주주제안 안건으로 올린 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2018년 8월 기준으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3%, 2.6% 들고 있다. 1~2%정도씩 보유한 주요 기관 투자자들보다는 많은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현대차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모두 합쳐 29.1%다. 뒤를 이어 국민연금이 8.7%, 미국계 투자자문회사인 더캐피탈그룹(CGII)이 7.2%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에 따르면 배당금 지급 수준이 회사의 이익 규모와 재무상황 등을 고려해 주주가치를 훼손할 정도로 과소하거나 과도하면 반대표를 행사하도록 돼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차에게 요구한 배당금은 모두 5조8천억 원으로 현대차가 2018년에 거둔 영업이익의 2배가 넘는다. 사실상 국민연금이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제안에 찬성할 확률은 없다.

더캐피탈그룹은 투자자문회사로서 단순투자 목적으로 현대차 지분을 오랜 기간 들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 투자계획을 지닌 현대차측 안건에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27일 기준으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외국인 지분율이 45% 안팎을 보인다는 점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이 어떻게 움직일 지 예단하기는 힘들다. 증권가에서도 단기 투자자와 장기 투자자의 투표성향이 갈릴 것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모두 글로벌 금융과 투자, 거버넌스(경영체제) 분야 전문가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이사회의 전문성을 강화하기로 한데다 적극적 주주 환원정책 시행까지 발표한 상황에서 지난해처럼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도 “주총에서 엘리엇매니지먼트측의 의안이 관철되려면 일반주주들의 강한 결집이 필요하다”이라고 바라봤다.

그런 점에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다소 무리해 보이는 주주제안을 한 것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차 보유지분 가치를 상승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할 수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지난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의 투자로 본 손실은 현재 3천억~4천억 원가량인 것으로 추정된다. 헤지펀드 특성상 보유지분을 팔고 일정한 수익을 챙겨 나가야 할 시점이 필요한 데 현재처럼 주가가 낮은 수준에 머무르면 매각 시점을 잡기 힘들다.

결국 고배당 요구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계속된 주가 부양정책을 유도하면 엘리엇매니지먼트로서는 주가 상승효과를 봐 손실을 만회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고배당 요구 등이 알려진 27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가는 각각 5.31%, 3.76%씩 올랐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다소 무리한 요구가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주총이 현대차그룹의 의도대로 진행되고 이어 지배구조개편까지 마무리되면 앞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올해 주총을 마지막 기회로 보고 앞으로 있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그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창구를 확보하기 위해 주주제안이라는 카드를 뽑았을 것이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이 주총 표대결에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대화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난해 '활동'을 통해 현대차그룹과 소통창구를 튼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자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제안을 모두 반대했지만 배당성향 확대와 주주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 신설, 경영체제 개선 등의 움직임을 보인 것은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이러한 현대차그룹의 변화를 보고 계속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2018년 8월 현대차그룹에 현대모비스를 AS사업과 모듈 및 핵심부품사업으로 분할한 뒤 AS사업은 현대차와, 모듈 및 핵심부품사업은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라고 요구했다. 2018년 11월에도 주주가치 상승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한 바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27일 오후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공개하고 "우리의 주주제안은 현대모비스의 경영구조와 실적 향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며 "모든 주주들이 지배구조 개편과 초과자본 상태의 대차대조표 정상화를 위해 제안된 이 중요한 의안들을 지지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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