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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뉴시스> |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이 정치권에 엄청난 역풍을 몰고 있다.
성 전 회장이 호주머니에 간직한 메모를 통해 김기춘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친박 실세들에게 수억 원의 자금을 전달했다는 주장을 남겼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밝힐 것을 지시했다. 성완종 전 회장이 남긴 역풍이 박근혜 정부를 뿌리째 흔들 수도 있다.
◆ 성완종 리스트 일파만파
10일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은 모두 금품수수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김기춘 전 실장은 “악의적이고 황당무계한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나는 그런사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내가 비서실장 때 불통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바깥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며 “비서실장 때 도와주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성완종 리스트에 포함된 사람은 모두 8명이다. 김기춘·허태열·홍문종·유정복·홍준표·부산시장·이병기·이완구 등이다. 이름이 적히지 않은 부산시장은 서병수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경남도지사 정도를 제외하면 이들은 모두 친박으로 박근혜 정부의 핵심 실세들이다.
성 전 회장의 시신 바지 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에 해당 인물 이름과 함께 금액이 표기돼 있다.
이들에게 각각 전달된 액수를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실장의 경우 미화 10만 달러, 허 전 실장은 현금 7억 원, 유정복 인천시장 3억 원,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부산시장 2억원, 홍 지사 1억 원, 그리고 이병기 비서실장과 이완구 국무총리 옆에 금액이 없었다.
성 전 회장은 죽기 전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2007년 허 전 실장에게 수 차례에 걸쳐 7억 원을 전달해 그 돈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치렀다고 주장했다.
성 전 회장은 2006년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출장길에 사용하도록 10만 달러를 김 전 실장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녹취록은 공개됐다.
◆ 친이계 반격으로 전환
청와대와 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공식대응을 자제했고 새누리당은 “사실관계가 먼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새누리당은 성완종 리스트 논란이 확산돼 재보선과 내년 총선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리스트에 거론된 인물들이 친박 핵심들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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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
야당은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집중포화에 나섰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허태열·김기춘 두 분이 왜 비서실장이 됐는지 이유가 드러난다”며 “사실을 철저하게 가리는 수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역시 “성완종 리스트에 지목된 사람들은 국민 앞에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달라”고 말했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도 “성 전 회장의 안타까운 죽음 때문에 자원외교 수사 본질을 흐리면 안 될 것”이라며 “김기춘, 허태열 두 전 비서실장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원외교에 대한 검찰수사로 수세에 몰려있던 친이계도 즉각 반격태세로 전환했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1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잘못된 기획수사가 우려하던 일을 낳았다”며 “결과론적으로 부메랑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자살이라는 극단적 상황까지 가서 얘기한 것을 수사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사를 촉구했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 역시 10일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모임인 ‘아침소리’ 공동성명을 통해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한 치의 의혹도 없이 즉각 수사할 것”이라며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검찰의 신속하고 투명한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 검찰, 진실규명할 수 있나
시선은 모두 검찰수사로 쏠렸다. 검찰은 법과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10일 대검찰청 간부회의에서 박성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에게 “수사과정에서 불행한 일이 발생해 안타깝지만 부정부패 수사를 한 점 흔들림없이 계속할 것”이라며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밝힐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된다 해도 공소시효를 감안하면 성완종 리스트의 인물들을 처벌하기 어렵다. 정치자금법은 공소시효가 7년으로 2006년과 2007년 금품을 제공한 것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다만 뇌물죄를 적용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뇌물수수액이 1억 원 이상이면 공소시효가 7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된다.
김 전 비서실장이 받았다는 금액 10만 달러는 당시 환율(944.2원)에 따르면 1억 원 미만으로 공소시효 연장에 해당되지 않는다. 허 전 실장의 경우 7억 원을 받았다면 공소시효가 아직 만료되지 않았다.
그러나 뇌물죄는 대가성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성 전 회장이 사망한 지금 검찰이 뇌물죄를 성립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홍문종 의원과 유정복 시장, 홍준표 도지사 등은 금액은 있으나 날짜가 없어 공소시효를 따져볼 수 없다. 이름만 거명된 이병기 비서실장과 이완구 총리는 혐의를 찾기 더 어렵다.
이 때문에 성완종 리스트가 구체적 수사로 이어지기보다 해프닝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당초 정부의 부패척결 의지가 강했던만큼 여론의 진상파악 요구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