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의 실적 부진을 낳고 있는 시장상황 및 삼성전자의 향후 대응책과 관련된 내용을 주로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삼성전자가 반도체사업에서 물량공세를 통해 지배력 강화를 추진할지, 투자를 대폭 줄여 다른 반도체기업과 '공생'을 선택할 지가 올해 반도체업황에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9일 "미국 주요 반도체 장비기업들이 상반기 메모리반도체 장비시장이 침체될 것으로 전망했다"며 "D램과 낸드플래시 투자가 모두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D램업체들의 장비 투자는 대부분 새 생산라인 구축 대신 기존 공정 개선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낸드플래시 시설투자도3D낸드 공정 전환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부터 메모리반도체 공급과잉이 심각해져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자 세계 반도체기업이 일제히 신규 시설의 투자를 자제하고 출하량을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기업은 최근 콘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시설투자에 들이는 금액을 줄이고 당분간 업황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SK하이닉스는 구체적으로 올해 반도체 장비 투자에 들이는 금액을 지난해보다 40% 줄이겠다며 업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투자를 더 축소할 수도 있다고 밝혀 공급을 조절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반도체기업들과 시장의 관심은 31일 콘퍼런스콜을 하는 삼성전자의 투자계획 발표에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른 반도체기업과 같이 일반적으로 연초에 열리는 콘퍼런스콜을 통해 반도체를 포함한 주력사업의 투자계획과 전략 등을 발표한다.
삼성전자는 세계 D램시장에서 약 50%, 낸드플래시시장에서 4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투자전략은 다른 어떤 반도체기업보다도 전체 업황에 절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도 다른 반도체기업을 뒤따라 올해 시설투자를 축소하고 반도체 출하량 증가를 자제한다는 계획을 내놓는다면 올해 반도체업황 회복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에 이어 유일하게 투자 발표를 남겨두고 있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급 조절 계획을 내놓으면 '화룡점정'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세계 상위 반도체기업이 모두 업황 회복을 위한 노력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메모리반도체 공급과잉 해소와 가격 상승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SK하이닉스 등 반도체기업이 올해 투자 축소계획을 밝히며 사실상 올해 사업전략의 '패'를 모두 보여준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정반대의 전략을 쓸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반도체 경쟁사의 투자가 줄어들 때 삼성전자가 시설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출하량을 늘리면 단기간에 시장 지배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공급 과잉을 주도하면 모든 반도체기업의 올해 실적에 타격을 입힐 수 있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기술력을 앞세워 원가를 절감하고 실적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삼성전자 반도체의 '진짜 실력'을 보여줄 때라고 말한 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무섭다'고 표현한 점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반도체업황 침체로 수익성에 악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D램과 낸드플래시 출하량을 크게 늘려 실적 방어를 추진할 이유가 충분하다.
▲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공장단지.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 확대가 중국 반도체기업의 시장 진출을 늦추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어 삼성전자가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삼성전자가 공격적으로 시설투자를 확대하면 다른 반도체기업도 시장 점유율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일제히 출하량을 늘리며 가격 인하에 나설 수 있어 반도체업황이 더욱 나빠질 수도 있다.
약 2년 가까이 이어진 메모리반도체의 역대급 호황으로 대부분의 반도체기업이 시설 투자를 확대하기 충분한 자금여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모든 반도체기업이 일관적으로 공급 조절에 노력한다면 업황 개선에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누군가 배신한다면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선두업체의 공급 증가가 반도체시장 성장률을 웃돌아 업황이 연말까지 더 나빠질 것이라는 공포감이 남아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투자계획과 관련한 내용은 언급하기 어렵다"면서도 "31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