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판매장려금(인센티브)을 확대해 자동차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독이 든 성배’와 같다는 우려가 나왔다.
수익성 악화와 경쟁심화를 낳아 정몽구 회장이 추진하는 현대기아차의 제값 받기 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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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유진투자증권은 3일 현대차와 기아차가 미국에서 인센티브를 확대한 데 대해 수익성 훼손이 우려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장문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 점유율 상승은 분명 긍정적”이라면서도 “인센티브가 계속 확대될 경우 앞으로 현대기아차에 부정적 요인을 미쳐 득보다 실이 크다”고 지적했다.
미국 자동차시장의 수요가 정체된 가운데 추가 인센티브를 통한 점유율 확대는 수익성 악화, 경쟁심화 유발, 향후 출시할 신차의 제값받기 정책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장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인센티브가 올 상반기에 계속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가 신형 투싼을, 기아차가 신형 쏘렌토를 출시했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어 구형 모델의 재고소진을 위해 인센티브가 확대될 것으로 본다.
현대차는 지난달 ‘올 뉴 투싼’을 국내에 출시했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에 올 뉴 투싼을 미국에 출시한다. 기아차도 지난 1월 미국에서 ‘올 뉴 쏘렌토’를 출시했다.
현대기아차는 3월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점유율 8%대를 회복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미국에서 13만3700여 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9.9% 증가했다.
현대기아차의 3월 점유율도 8.7%로 지난 2월의 7.7%보다 1%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판매증가 이유로 인센티브 확대가 지목되면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미국에서 인센티브를 크게 확대했다. 엔화와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일본과 유럽의 자동차업체들이 인센티브를 늘리는 등 가격경쟁력이 좋아지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지난 3월 미국에서 제일 잘 팔리는 차종인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와 완전변경 모델이 나온 지 1년도 안 된 쏘나타를 대상으로 60개월 무이자 할부판매를 진행했다. 기아차의 옵티마(K5)도 쏘나타와 비슷한 할인프로모션을 펼쳤다.
현대기아차가 지금과 같은 판매정책을 유지할 경우 앞으로 수익성이 악화할 뿐 아니라 중고차 가치도 같이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강조한 제값받기 정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염려도 나온다.
정몽구 회장은 2010년부터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과도한 가격할인을 하지 않겠다”며 미국 등에서 제값받기를 강조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저가차량이라는 이미지를 벗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센티브가 계속 확대될 경우 단기적으로 판매량을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저가 이미지를 벗기 어렵다.
장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인센티브 증가, 유로 약세에 따른 유럽 자동차시장에서 이익감소로 주가 상승동력이 결여될 것”이라며 “상반기 보수적 관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