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열린 '3·1운동·임시정부 100주년 기념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만세를 하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부터),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
3·1운동을 혁명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역사적 용어는 정치세력의 정통성을 규정하기 때문에 논쟁이 반복된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 역사와 정의 특별위원회’는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의 정책토론회를 열어 일상생활에 쓰이는 역사적 용어를 바꿔야 하는 필요성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3·1운동을 혁명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건국절 논란도 다시 나왔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과 교수는 “3·1운동은 진정한 의미에서 혁명”이라며 “헌법에 명확하게 대한민국이 임시정부를 계승한다고 돼 있어 건국절 주장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3·1혁명으로 이름을 바꾸자는 주장의 근거는 1919년 3월1일의 사건이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넘어가는 정치체제의 변혁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독립을 위해 일제에 대항해 일어난 움직임일 뿐만 아니라 정치체제의 변혁을 위한 움직임이었다는 태도다.
임시정부 시절부터 3·1혁명이란 용어가 쓰였다는 점도 근거로 꼽힌다.
이런 주장은 ‘대한민국 건국’ 논쟁과 연관이 깊다.
여권과 진보진영은 대한민국의 건국(혹은 개국) 시점을 1919년 4월11일로 보고 있다. 반면 보수진영은 1948년 8월15일을 건국일로 본다.
이렇게 다른 주장을 펼치는 것은 정파들 사이 정통성과 관련이 있다. 여권은 김구 선생과 임시정부를 정치적 뿌리로 보는 반면 보수 야권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롯한 건국세력의 후예를 자처한다.
3·1운동을 혁명으로 보면 그보다 한 달 정도 뒤에 일어난 임시정부 수립의 역사적 명분에 힘이 실린다. 대한민국 헌법도 전문에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라고 명시하고 있다.
3·1혁명으로 이름을 바꿈으로써 ‘촛불혁명’까지 이어지는 대중적 움직임에 명분을 얻고자 하는 진보진영의 뜻도 엿보인다.
김민석 민주연구원장은 2018년 2월 한 기자간담회에서 “3·1운동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진전시켜온 촛불혁명사의 뿌리로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6·10항쟁 등 평화적 대중운동의 시작”이라며 “백범 김구,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애국민주평화통일세력 노선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연구원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민주당의 싱크탱크다.
이 때문에 3·1운동을 3·1혁명으로 이름을 바꾸자는 논의는 이명박 정부 시절 광복절의 명칭을 건국절로 바꾸려고 했던 움직임과 방향은 다르지만 맥락은 비슷하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뉴라이트 계열의 보수 학계는 건국정신을 되살리고 헌법정신에 맞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국민의식 속에 자리잡게 한다는 취지로 국경일 변경을 추진했다.
당시도 정치적 논란이 컸다. 진보진영은 ‘이승만 영웅만들기’, ‘헌법정신 왜곡’ 이라며 완강히 반대했고 결국 건국절 제정은 무산됐다.
일각에서 3·1혁명 논의가 소모적 이념논쟁을 일으켜 중요한 정치적 현안의 집중도를 분산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하지만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3월1일이 다가올수록 관련된 논의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2일 ‘3·1운동·임시정부 100주년 기념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며 “학자들이 3·1운동을 혁명이라고 이름붙여야 한다고 말한다”며 “학자들에게 연구를 부탁해 내년부터 3·1운동의 공식적 명칭을 어떻게 써야할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