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기자 hyunjulee@businesspost.co.kr2018-12-28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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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권 CCC 대표.
“토익을 이기는 게 목표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냐는 질문에 백승권 CCC 대표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백 대표는 시와 소설을 쓰다가 기자,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5년차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하면서 5월 CCC(커뮤니케이션컨설팅앤클리닝)를 설립했다.
조직 내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글쓰기와 말하기를 바탕으로 의사소통 능력을 인증할 수 있는 공인시험을 만들기 위해서다.
백 대표는 승진·채용 시장의 기준이 된 토익을 대체하고 실질적 업무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줘 조직 내 근본적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CCC에는 책 ‘대통령의 글쓰기’로 잘 알려진 강원국씨, 글쟁이주식회사 대표를 맡고 있는 백우진씨를 비롯해 여러 전문가들이 소속돼 있다. 백 대표는 이들과 함께 조직 내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하기 위한 일을 시작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26일 실용 글쓰기 강사에서 의사소통 전문가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백승권 대표를 만났다.
백 대표는 “보고서 형식만 익혀도 좋은 보고서를 쓸 수 있다”며 “보고서를 쓰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 보람을 느끼면서 강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5년차 프리랜서 강사다.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뒤 우연한 기회에 부업으로 실용 글쓰기 강의를 하게 됐다. 실용 글쓰기 강의를 한지 3년가량이 지나자 본업보다 부업에서 더 큰 성장 가능성을 느껴 실용 글쓰기 강사를 본업으로 삼았다고 했다.
그는 “잘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실용 글쓰기 강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많이 찾아준 덕에 프리랜서 강사가 된 첫 해부터 해마다 200여 건이 넘는 강의를 해왔다”며 “한 달에 교통비만 100만 원이 넘게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 대기업과 중앙부처, 공공기관, 대학교 등에서 실용 글쓰기 강의 섭외 1순위로 알려져 있다. 그는 올해 초 삼성전자 직원 3천여 명을 14회에 걸쳐 교육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신입사원, 15년차 공무원 등 직급을 가리지 않고 많은 분들께 감사 인사를 받는다”며 “강의를 계속 들어 주셔 얼굴을 익히게 된 분들도 꽤 된다”고 말했다.
강의를 듣고 직장 생활이 달라졌다며 신입 직원 때 이를 들었더라면 직장생활이 변했을 것이라고 극찬한 사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 백승권 대표가 최근 낸 책 '보고서의 법칙'.
수년 간 강의를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책 ‘보고서의 법칙’을 냈다. 출간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교보문고, 알라딘 등 인터넷 서점에서 상위권에 올라가 있다.
그는 '보고서의 법칙'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의사결정권자를 중심으로 최대한 짧게 쓸 것"이라고 말했다.
백 대표는 “청와대 행정관 시절 대통령에게 수많은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이 보고서 형식이 가장 앞서나가는 보고서 형식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며 “이를 바탕으로 재구성해 기업과 공공기관 등에 강의하고 있고 핵심 내용을 책에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청와대, 정부 등 공공기관에서 보고서 형식을 강조했는데 최근에는 기업들도 이런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 때문에 보고서로 고민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 대표는 실용 글쓰기 강의 섭외 1순위로 알려져 있는 만큼 실용 글쓰기 강사로 이미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회사를 설립해 또 다른 목표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보이자 주위에서는 편한 길을 두고 굳이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백 대표는 “사실 프리랜서 강사로만 지내면 편할 수 있지만 강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낀 뒤 의사소통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며 “이것이 내가 창업이라는 ‘모험’을 시도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공기관, 대기업을 비롯한 국내 여러 조직에서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직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명 가운데 9명이 직장 내 세대 차이를 경험했고 이들은 의사소통 어려움을 가장 많이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백 대표는 조직 구성원 간 의사소통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으면 업무가 비효율적으로 진행되고 그에 따른 경제적 비용과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 집중했다.
이에 따라 조직 내 의사소통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의사소통 능력을 인증할 수 있는 수단을 직접 만들겠다는 목표를 잡게 됐다.
▲ 백승권 CCC 대표가 실용글쓰기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토익이 채용과 승진 등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는 다른 공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며 “의사소통 능력과 관련된 공정한 기준이 있었다면 토익을 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 대표는 의사소통 능력을 인증 받을 기준이 없어 업무에 필요하지 않은 능력으로 사람을 뽑고 있기 때문에 채용·승진의 평가기준과 실제 업무 능력 사이에서 불일치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익이 실제 업무 능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과 관련해서는 이미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공기업을 중심으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등이 도입된 바 있다.
하지만 국가직무능력표준도 지원자의 실무 역량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결국 토익이 여전히 취업·승진시장의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백 대표는 “회사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은 글쓰기와 말하기를 바탕으로 한 의사소통 능력”이라며 “CCC는 의사소통 관련 시험이나 자격증을 만들어 우리나라 채용과 승진 시장의 기준이 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CCC의 경쟁 상대는 글쓰기나 다른 교육 시장이 아닌 토익 등 영어교육시장”이라며 “의사소통 관련 시험이나 자격증을 만들면 초·중·고 교육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실용 글쓰기 강사로 이름을 날린 백 대표지만 인터뷰 말미에 드러낸 속내는 전혀 다른 글쓰기를 향한 갈증이었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고 시를 쓰는 시간이 가장 즐거웠다”며 “문학을 했던 사람으로서 궁극적으로는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 기억에 남고 싶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1966년 생으로 동국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미디어오늘 기자로 일했고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지냈으며 동국대학교 미래기획위원회 전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현재 실용글쓰기 강사이면서 CCC 대표를 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