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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뉴시스>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일가가 경영난에 빠진 동부메탈에 200억 원 규모의 사재를 내놓는다.
김 회장은 채권단이 동부메탈 주식에 대해 차등감자를 검토하자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사재출연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아들인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이 보유하고 있는 동부화재의 지분 일부가 동부메탈 지분과 함께 담보로 잡혀있는 상황에서 동부메탈 경영권을 상실할 경우 동부화재 지분을 잃을 가능성이 있어 이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 김준기 일가 동부메탈에 200억 원 사재출연
동부그룹은 김 회장과 김남호 부장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을 추진중인 동부메탈의 회생을 지원하기 위해 200억 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한다고 25일 밝혔다.
김 회장과 김 부장은 올해 동부그룹 금융계열사에서 받은 배당금 등을 이용해 사재 100억 원을 동부메탈에 지원한다.
김 회장은 동부증권과 동부화재에서 약 83억 원을 배당받았다. 김 부장도 두 회사에서 147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김 회장 일가는 장녀 김주원씨가 동부화재에서 42억 원을 배당받은 것까지 합치면 272억 원에 가까운 배당소득을 얻었다.
김남호 부장은 추가로 100억 원 규모의 동부메탈 보유채권을 출자전환하기로 했다. 출자전환은 기업에 돈을 빌려준 투자자나 금융기관이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해 부채를 덜어주는 것이다.
동부메탈은 철강산업에 쓰이는 합금철을 생산하는 동부그룹 제조 계열사다. 동부메탈은 올해 상반기까지 갚아야 할 97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달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하나은행 등 채권단은 김 회장 등이 사재를 출연하기로 하면서 동부메탈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더라도 대주주에 대한 차등감자나 채권단 출자전환을 하지 않기로 했다. 채권단은 또 650억 원 규모의 기업회생안도 마련했다.
동부메탈은 다음달 1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회사채 상환유예가 결의될 경우 워크아웃에 들어간다.
동부메탈은 사채권자들이 상환유예를 거부하면 법정관리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전체 사채권자중 개인투자자 비중이 낮아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 김남호의 동부화재 지분 지키기 위한 선택
김 회장은 채권단이 동부메탈 경영권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사재출연을 요구하자 받아들였다.
김 회장 일가는 동부인베스트먼트와 동부스탁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동부메탈을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두 회사는 동부메탈 지분을 31.0%와 8.5%씩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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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 |
김 회장은 동부인베스트먼트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김주원씨도 동부스탁인베스트먼트 지분 100%를 지니고 있다.
김 회장은 채권단이 동부메탈에 대해 주식 차등감자를 검토하자 김남호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을 잃을 가능성을 막기 위해 사재출연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동부인베스트먼트와 동부스탁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동부메탈 보유지분에 더해 김남호 부장이 지니고 있는 동부화재 지분 중 일부를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고 약 3100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현재 남은 대출잔액은 1250억 원이다.
동부인베스트먼트의 일부 재무적투자자(FI)들은 동부메탈이 법정관리나 주식차등감자 등으로 빚을 갚지 못하는 상태에 놓일 경우 동부메탈과 동부화재 지분의 동반매각을 요구할 수 있는 동반매각요청권(드래그어롱) 조항을 주식담보대출 조건에 넣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김남호 부장이 동부인베스트먼트 재무적투자자들에게 담보로 제공한 동부화재 주식은 전체 보유지분의 25% 정도에 불과하다”며 “사재출연도 결정된 만큼 실제로 지분을 잃게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동부그룹의 핵심 제조업계열사 동부팜한농의 경영권을 잃을 위기에 처한 것도 이번 사재출연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동부팜한농 재무적투자자 컨소시엄은 최근 동부그룹으로부터 경영권을 돌려받아 계열분리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재무적투자자 컨소시엄은 동부팜한농 지분 50.1%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49.9%의 지분을 소유한 동부그룹에게 그동안 경영권을 위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