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18-12-21 17:3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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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당시 (오른쪽부터) 정수현 현대건설 대표, 강영국 대림산업 대표, 조기행 SK건설 대표, 임병용 GS건설 대표,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 등이 선서하고 있다. 현재 이들 가운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는 임병용 대표가 유일하다. <연합뉴스>
시공능력 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연말 임원인사가 모두 끝났다.
대형 건설사들은 지난해 임원인사에서 대표이사를 대거 교체하며 변화를 꾀했지만 올해는 변화 대신 안정에 방점을 찍으며 2019년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 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가운데 올해 연말 임원인사에서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이는 조기행 전 SK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이 유일하다.
SK건설은 조 전 부회장이 물러났지만 기존 각자대표를 맡고 있던 안재현 SK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단독대표를 맡으면서 변화를 최소화했다.
이런 흐름은 2017년 말에서 올해 초까지 이어진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대형 건설사 대표들이 대거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것과 사뭇 다르다.
2017년 말 인사에서는 10대 건설사 가운데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 정수현 현대건설 대표, 한찬건 포스코건설 대표 등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형 건설사 대부분이 새 대표 체제를 맞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이 안정적 인사 기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말부터 시작된 대형 건설사의 대표 교체 흐름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대림산업은 3월 주주총회에서 이해욱 대표와 강영국 대표가 물러났고 대우건설은 6월 김형 대표를 새로 맞았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정몽규 대표가 HDC 대표로 자리를 옮기면서 김대철 대표가 경영을 맡았다.
현재 10대 건설사 가운데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등 3곳만이 CEO가 1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머지 7개 건설사는 새 대표가 본격적으로 경영을 맡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건설업계가 2018년을 시작할 때와 달리 2019년 국내외 사업에서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든 점도 교체폭이 최소화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국토교통부는 최근 3기 신도시 건설계획, 2019년 경제정책 방향 등을 통해 교통인프라 투자 확대를 예고하며 건설경기 회복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2019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2015년 이후 4년 만에 늘어나는 등 건설사들은 1년 전과 확실히 다른 분위기 속에서 2019년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 플랜트 발주시장이 2019년 중동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대형 건설사들의 2019년 기대감을 키운다.
건설업계에 전반적으로 부는 2019년 기대감은 대형 건설사의 연말인사에도 여럿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연말인사에서 삼성물산의 작은 미래전략실 격인 EPC(설계·조달·시공)경쟁력강화TF(태스크포스)를 맡고 있는 김명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올렸다.
EPC는 설계(engineering), 조달(procurement), 시공(construction)의 영문 앞글자를 딴 말로 대형 건설 프로젝트 등을 진행할 때 건설사가 설계부터 시공까지 프로젝트 전반을 책임지는 사업방식을 말한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포스코건설도 EPC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계 분야에 힘을 실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설계 역량을 키우기 위해 2017년 새로 만든 엔지니어링센터의 센터장을 상무급에서 전무급으로 올렸고 포스코그룹은 100대 개혁과제를 통해 그룹 안의 설계, 감리 등 건설분야 유사사업을 포스코건설이 흡수해 효율화하기로 했다.
국내 건설사는 해외 플랜트시장에서 조달과 시공에 강하지만 상대적으로 설계 분야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 플랜트시장의 회복세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설계 역량 강화를 통해 해외사업에 힘을 실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