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회장이 집행유예를 확정받아 금호석유화학이 오너 리스크 우려를 털어냈다.
박 회장은 금호석유화학이 올해 보인 실적 성장세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자회사 금호피앤비화학의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합성고무 NB라텍스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이 내년에 정상적으로 경영활동이 가능해짐에 따라 금호석유화학이 올해 보인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큰 폭의 실적 성장이 예상되지만 이는 대부분 금호석유화학의 역량보다는 외부 요인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박 회장이 내놓을 2019년 경영전략이 중요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에 앞서 13일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박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2심의 판결을 확정했다.
박 회장이 2011년 130억 원대의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당시 검찰은 징역 7년에 벌금 300억 원을 구형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일부 배임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며 최종적으로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증권가 분석을 종합해보면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매출 5조5917억 원, 영업이익 5889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10.4% 늘고 영업이익은 124.3% 급증하는 것이다.
페놀(페놀유도체와 중간재료 비스페놀A)을 생산하는 자회사 금호피앤비화학이 영업이익으로 2750억 원가량을 내 전체 영업이익을 한껏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금호피앤비화학이 올해 거둔 좋은 실적을 내년에도 계속해서 이어가리라고 쉽게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올해 금호피앤비화학의 실적은 글로벌 페놀 생산량 1위 회사인 스위스의 이네오스가 가뭄에 라인강 수위가 낮아져 공업용수가 부족해지고 내륙운하를 이용한 제품 수송도 할 수 없게 되자 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라인강 수위가 다시 회복돼 이네오스가 공장 가동을 재개한다면 올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금호피앤비화학이 제품 공급 경쟁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제품 가격이 낮아져 실적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박 회장은 이네오스가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는 사이에 금호피앤비화학이 생산하는 비스페놀A의 안정적 판매 경로를 확보하는 등 시장 점유율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내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이네오스의 페놀 생산능력은 1년에 133만 톤으로 금호피앤비화학의 45만 톤보다 3배가량 많다. 공장 가동을 재개한다면 규모의 경제 효과로 금호석유화학보다 큰 폭의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이에 앞서 10월 이미 박 회장은 2천억 원을 투자해 금호피앤비화학이 비스페놀A를 생산하는 여수 공장을 증설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2021년 증설이 완료되면 금호피앤비화학의 비스페놀A 생산량은 65만 톤으로 늘어나지만 자칫하면 공급 증가에 따른 업황 악화를 유발해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따라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장 점유율 확보가 가장 중요한 과제인 셈이다.
박 회장은 대신 금호피앤비화학이 겪게 될 수도 있는 실적 부진을 금호석유화학의 본업인 합성고무부문에서 만회하는 전략을 쓸 수 있다.
박 회장은 6월 합성고무 NB라텍스 생산설비의 증설 계획을 내놓았다. 2019년 1분기 말에 증설이 완료되면 금호석유화학의 NB라텍스 생산량은 기존 40만 톤에서 55만 톤으로 늘어난다.
금호석유화학은 글로벌 NB라텍스 생산량 1위 회사로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NB라텍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박 회장은 NB라텍스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을 낼 가능성이 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NB라텍스 시장은 최근 3년 동안 1년에 8~10%씩 성장하고 있다”며 “금호석유화학은 2019년 증설이 완료되면 NB라텍스부문의 실적이 연 매출 7천억 원, 영업이익률 15% 이상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