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대형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개 두 가지에 놀란다.
회원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연회비를 내고 회원등록을 해야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 또 모든 결제는 현금이 아니면 삼성카드로만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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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
코스트코는 1국1카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카드와 독점계약을 맺고 있다. 코스트코 11개 매장에서 삼성카드만 결제가 가능한 이유다.
코스트코와 삼성카드의 가맹독점 계약이 오는 5월로 끝난다. 두 회사는 2000년부터 15년 동안 독점계약을 맺고 있었는데 이번에 3번째 재계약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코스트코에서 삼성카드 결제금액은 연간 2조원을 넘는다. 제휴카드를 이용해 다른 가맹점에서 결제하는 금액까지 합치면 결제규모는 수조 원대로 치솟는다. 코스트코는 최근 온라인몰도 추진하기로 결정해 결제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입장에서 코스트코는 삼성카드가 절대로 놓쳐서는 안될 ‘초특급’ 고객이다.
삼성카드는 2012년 코스트코에 대한 가맹점 수수료율 기존 0.7%에서 1% 후반대로 올렸다. 코스트코의 수수료 비용이 더 늘어난 것이다. 삼성카드는 그 차액을 위약금으로 코스트코에 지급했다.
하지만 여신전문금융업법이 개정되면서 이런 식의 계약을 맺기 어려워졌다. 모든 카드사는 가맹점과 적격비용 이하로 수수료율 계약을 맺을 수 없고 대형 가맹점에 대한 지원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삼성카드와 코스트코 사이의 재계약 협상은 지난 1월부터 시작됐는데도 아직까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협상을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났는데도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삼성카드로서 애가 탈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국내 다른 카드사들도 두 회사의 협상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협상이 결렬되면 코스트코를 잡을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종 재계약 도장을 찍기 전까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트코는 2010년 삼성카드와 독점계약 만료를 앞두고 각 카드사에 경쟁입찰 공문을 보낸 적이 있다. 당시 현대카드와 신한카드, 비씨카드사가 제안서를 냈다. 하지만 결국 삼성카드가 최종 승자로 결정되면서 나머지 카드사들은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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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스톤 드레이퍼 코스트코 코리아 대표 |
카드사들이 코스트코에 대한 삼성카드의 독점적 지위를 넘보기는 이번에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아직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고 있다. 위약금 지급이 제한되는 등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코스트코가 미국에서 최대 카드사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와 독점계약을 16년 만에 청산한 점도 희망을 품게 하는 요인이다.
미국 코스트코는 아멕스카드와 제휴관계를 이어 왔으나 지난달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시티·비자카드와 손을 잡았다. 이 때문에 아멕스카드는 결별 직후 주가가 6% 이상 폭락해 코스트코의 위력을 실감해야 했다.
지난해 9월 캐나다 코스트코도 아멕스카드 대신 마스터카드로 제휴카드를 변경했다.
코스트코의 1국1카드 정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여전히 높다. 만의 하나 코스트코가 삼성카드가 아닌 다른 카드사와 독점계약을 맺게 될 경우 소비자들은 이용 카드를 새로 바꿔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