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이 오래 공을 들인 석유화학부문으로 사업 다각화가 빛을 내기 시작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주력 사업부문인 정유부문이 업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석유화학부문이 성과를 내 4분기 실적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의 석유화학부문은 올해 4분기에 영업이익 91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분기의 230억 원보다 295.7% 급증하는 것이다.
석유화학부문의 성장세는 4분기 상업가동을 시작한 석유화학 복합설비(RUC/ODC)로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은 석유화학 복합설비를 통해 석유화학부문의 영업이익을 늘리고 정유부문의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에쓰오일은 석유화학 복합설비의 가동으로 해마다 영업이익 3천억~4천억 원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에쓰오일은 2015년부터 석유화학 복합설비의 건설을 시작해 11월 상업가동을 시작했다. 전체 투자비용은 4조8천억 원에 이른다.
잔사유 고도화설비(RUC)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값싼 중질유를 이용해 부가가치가 높은 경질유(휘발유, 등유, 경유)와 프로필렌을 생산하고 올레핀 다운스트림설비(ODC)는 프로필렌을 이용해 수익성이 높은 에틸렌을 생산하는 설비다.
에쓰오일이 원유를 정제해 중질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석유화학 복합설비는 기존 사업부문과 계열화를 통한 원재료비 절감 효과를 보는 셈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석유화학 복합설비를 통해 1년에 18% 이상의 수익률을 예상하고 있다”며 “석유화학부문으로 수익구조의 다각화가 잘 되고 있어 정유부문의 급격한 환경 변화를 버틸 체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복합설비 가동을 시작으로 에쓰오일은 사업 다각화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을 세웠다.
앞서 8월
오스만 알 감디 에쓰오일 CEO는 석유화학 복합설비를 두고 석유화학 프로젝트의 1단계일 뿐이라며 2단계 프로젝트를 위한 5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예고했다.
에쓰오일은 2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로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를 이용해 에틸렌을 만드는 스팀 분해설비를 짓고 올레핀 다운스트림설비도 늘리기로 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2단계 프로젝트는 현재 사업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설비 가동 시기는 2023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복합설비가 가동되기 전 에쓰오일 석유화학부문의 주력 제품이었던 파라자일렌도 계속해서 실적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9월부터 중국의 폴리에스터 수요가 늘어 급등한 원재료 파라자일렌의 수익성이 유지되고 있다”며 “중국의 신규 파라자일렌 생산설비로부터 물량이 유입되는 2019년 말까지는 계속해서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쓰오일은 석유화학부문이 성과를 내면서 4분기 정유부문의 어려움을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9729억 원을 낸 상황에서 3년 연속 영업이익 1조 원 클럽 가입도 가능해 보인다
삼성증권은 에쓰오일이 올해 1조105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전망치는 1조3484억 원으로 삼성증권 전망치보다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