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가 11월30일 5천억 원 규모로 또 다시 하나금융투자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예정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금융투자가 3월 7천억 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탄탄한 실적을 내왔던 만큼 모회사인 하나금융지주가 하나금융투자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를 염두에 두고 추가로 자금을 지원할 것으로 유력하게 점쳐졌기 때문이다.
이번 증자결정으로 하나금융투자는 자기자본 3조 원대를 넘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 신청을 낼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되면 기업 신용공여 등 신규 사업에 진출해 영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투자금융(IB)이나 글로벌시장 진출 통한 수익 창출, 자기자본 투자(PI) 등을 더욱 강화해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의 초대형 증권사들과 대등한 경쟁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진국 사장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의 ‘지원사격’에 보답해야 하는 부담도 그만큼 커졌다.
하나금융투자는 지주사로부터 한 해 동안에만 1조2천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자금을 지원받았다.
하나금융지주가 올해 계열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규모는 모두 1조25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하나금융투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셈이다.
이 사장은 지주사의 전폭적 지지에 힘입어 하나금융그룹의 ‘비은행 비중 3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책임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2025년까지 비은행 계열사 비중을 30%까지 늘릴 계획을 세워두고 있지만 하나금융투자를 제외하고 하나카드, 하나생명 등 다른 비은행 계열사들은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다.
하나카드는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 방침에 따라 당분간 수익 감소를 피하기 어렵게 됐고 하나생명 역시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 준비에 따라 큰 폭으로 실적 개선을 꾀하기 힘들어 보인다.
3분기 말 기준 하나금융그룹의 주요 비은행 계열사들은 순이익 3258억 원을 냈으며 이 가운데 하나금융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3.6%에 이르렀다. 하나금융투자가 사실상 하나금융그룹 비은행 계열사 수익의 절반가량을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이 사장은 김 회장과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같은 성균관대학교 동문으로 김 회장이 영입한 ‘김정태 회장의 사람’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 사장으로서는 김 회장의 지원에 좋은 성과로 보답해 김 회장의 전략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하나금융투자는 3조 원대에 그치지 않고 4조 원대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도약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올 한 해에만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자본 확충을 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추가 자본 확충 계획은 없다”면서도 “시장 상황, 경쟁사 동향, 그룹 및 하나금융투자의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이 대체투자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투자금융(IB) 방면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추가 자본 확충으로 자금 조달 규모를 넓힐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나금융투자가 3조 원대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서 입지를 다져 향후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도약할 만하다는 가능성을 입증해야 하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주 차원에서 자회사가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원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자금 지원에 따른 성과가 잘 나와야 금융지주에서도 자본을 대줄 명분이 생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