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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2012년 3월28일 김황식 국무총리와 함께 '포스코청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
정준양 전 회장은 2009년 이구택 전 회장에 이어 포스코 회장에 올라 4년 넘게 재임했다. 정 전 회장이 취임한 2009년은 금융위기를 겪으며 철강경기가 극도로 악화한 상황이었다.
정 전 회장이 자원개발과 무역, 플랜트 사업 등 철강사업 이외의 사업분야로 포스코의 덩치를 키운 데 이런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정 전 회장 재임 당시 성진지오텍과 대우인터내셔널 등의 인수로 포스코 계열사는 70개로 불어났다.
정 전 회장 재임시절 포소코는 2009년 9월 스테인리스업체인 대한ST를 인수한 데 이어 대우인터내셔널(3조3700억 원), 성진지오텍(1600억 원) 등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정 전 회장은 해외투자에도 공격적으로 나섰다. 동국제강과 브라질 고로에 합작투자를 진행했다. 5천억 원을 들인 브라질 제철소는 지금도 건설이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정 전 회장은 또 2011년 6167억 원을 들여 태국 철강업체 타이녹스 지분 85%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해마다 순손실을 내다 지난해에야 순이익 38억 원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 재무구조는 극도로 악화했다. 포스코는 2007년까지만 해도 무차입 경영을 해 왔으나 2009년을 기점으로 현금성 자산은 줄고 차입금은 폭증했다.
포스코는 2011년 말 순차입금이 10조 원을 넘기기도 했다. 재무구조가 악화하면서 신용등급이 낮아졌고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KB금융이나 SK텔레콤 등 보유중이던 우량주나 자사주를 매각하기도 했다.
정 전 회장은 경기도 수원 출생으로 서울대 공업교육학과와 순천대 대학원 금속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1975년 포스코에 입사해 광양제철소 공장장 등을 지내면서 전문경영인의 꿈을 키웠다.
정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시절 승승장구하면서 실세였던 이상득 의원과 포항출신 영포라인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정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사임압박을 받았다. 정 전 회장과 함께 사임압박을 받은 이석채 전 KT 회장이 2013년 11월 사의를 표명하자 정 전 회장도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이석채 전 KT 회장과 달리 정 전 회장은 더 이상 검찰수사로 확대되지 않았고 포스코에 대한 국세청 조사도 어느 정도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포스코는 정 전 회장 이전에도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을 포함해 김만재·유상부·이구택 등의 수장들이 정권 교체기마다 임기를 채 마치지 못하고 줄줄이 낙마했다.
박 명예회장은 1993년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포항제철 명예회장직을 박탈당하고 수뢰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으며 황경로 전 포항제철 회장도 협력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김대중 정부시절 유상부 전 회장이 일명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1년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정 전 회장도 포스코 수장들이 썼던 흑역사를 되풀이할 운명에 처해 있다. 검찰이 정 전 회장에게 수사의 칼 끝을 겨누면서 주목하는 대목은 포스코건설의 200억 원대 비자금과 무분별한 기업인수·합병이다.
정 전 회장은 포스코건설 사장에 취임한지 석 달 만에 회장에 취임했다. 이구택 전 회장이 물러난 뒤 윤석만 당시 포스코 사장이 회장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정 전 회장이 수장에 오르면서 그 배경에 이명박 정권 실세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정 전 회장은 취임 전부터 말이 많은 만큼 취임 이후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 전 회장이 이명박 정부 실세들에게 회장이 되도록 해준 데 대한 빚을 갚기 위해 부실 덩어리 기업들을 비싸게 인수해 포스코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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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2011년 9월28일 터키스테인리스 냉연공장 착공식을 연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대표적으로 지목되는 부실기업 인수가 2010년 3월 성진지오텍의 지분 40.4%를 인수해 2013년 7월 포스코플랜텍과 합병한 일이다. 당시 포스코는 성진지오텍의 최대주주였던 전모 회장의 8300원 짜리 주식을 1만6330원(1600억 원)에 사들였다.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도 정 전 회장이 고가매입 특혜의혹을 받고 있는 회사다. 정 전 회장이 회장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 준 정권실세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연임을 노리고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의 정 전 회장에 대한 수사가 이들 기업의 인수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전임 정권실세들과 유착관계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정 전 회장은 인도네시아와 인도제철소 건설 등 포스코의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이끌며 포스코건설을 통해 2천억 원가량의 하도급공사를 발주했다.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은 정동화 사장이 맡고 있었으며 그는 정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명박 정부의 실세들이 정 전 회장을 통해 포스코건설 해외사업 발주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을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 전 회장은 포스코 회장 재임시절 정권실세들과 관계가 워낙 끈끈했다”며 “철강과 건설 등 포스코 사업에 이들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이 많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