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2018년 11월 통화정책 방향 관련 금통위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내년 금리 인상을 놓고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내년에 한국과 미국 금리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지만 경기는 올해보다 더 안 좋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절묘한 '줄타기'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30일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1년 만의 인상이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지만 전반적으로 내년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기가 하강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 그렇지 않아도 위축된 민간 소비와 설비 투자가 내년에 더 움츠러들 수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서 속도 조절에 나서고 금통위원 2명이 금리 동결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을 냈다는 점도 추가 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금리 인상을 결정한 금통위에서 '동결 소수의견'이 2명 이상 나온 건 2011년 1월 이후 거의 8년여 만이다.
한국은행은 10월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기존보다 0.2%포인트 낮췄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3%에서 2.7%로 낮춰 잡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6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2.7%, 내년 2.6%로 발표했다. 상반기에 전망했던 것보다 올해와 내년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낮춘 것이다.
성장률을 낮춰 잡은 가장 큰 원인은 투자 부진이다. 올해 1분기까지 7.3%의 증가율을 보였던 설비 투자는 2분기와 3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보였다.
수출 증가세도 점차 둔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총수출 증가율은 4.7%였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1.7%로 감소세다.
산업과 경기 전망과 관련된 경기지표도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현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9월보다 0.2포인트 하락한 98.4로 나타났다. 4월부터 7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이 지표가 7개월 연속 하락한 건 2004년 이후 14년 만이다.
앞으로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4포인트 하락해 5개월 연속 하락했다.
민간과 소비부문 경기지표도 좋지 않다.
10월 실업자 수는 97만3천 명으로 집계됐는데 역대 10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시절인 1999년 110만8천 명 이후 가장 많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에서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점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8일 뉴욕 경제클럽에서 “현재 금리는 낮은 수준이지만 경제를 과열하지도 둔화하지도 않는 중립적 수준 바로 밑에 있다”며 “사전에 정해진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는 없고 발표되는 경제지표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두 달 전 “중립적 수준에서 한참 멀리 있는 듯하다”고 말했을 때와 비교하면 한층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 신호로 읽힌다.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면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 부담을 한층 덜 수 있다.
미국 연준은 9월 발표한 점도표에서 내년 3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한국은행이 내년에 금리를 동결하면 한미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인 1.50%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어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흐름을 볼 때 미국 연준이 내년 금리를 2차례 인상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내년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를 놓고 대부분 전문가들이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 차례 정도는 인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신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의 기준금리 1.75%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2019년 기준금리는 금융안정의 필요성과 경기 하강이라는 현실이 서로 대치하는 국면 속에서 동결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지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내년 한미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며 “정책당국의 금융 불균형 완화 욕구를 보면 내년에도 추가로 한 차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며 추가 금리인상 시점을 내년 7월로 제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