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말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핵심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자동차 전장사업에 더욱 힘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삼성전자 전사조직이지만 역할이 뚜렷하지 않은 전장사업팀을 강화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주요 사업부문과 본격적으로 시너지를 내기 위한 변화가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 계열사의 정기 임원인사가 곧 실시된다.
삼성증권이 26일
장석훈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에 내정했다고 밝히면서 삼성그룹 연말 임원인사가 시작됐다. 이른 시일에 다른 계열사의 사장단과 임원인사도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12월 초 안팎으로 계열사별 인사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대표이사를 모두 교체하면서 역대 두번째로 큰 대규모의 임원인사를 실시한 만큼 올해는 큰 폭의 변화보다 안정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게이트 재판에서 석방된 뒤 경영에 복귀해 실시하는 첫 인사인 만큼 삼성전자가 '
이재용 시대'의 색깔을 더 뚜렷하게 보여줄 변화를 보일 공산이 크다.
사장단을 크게 흔들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삼성'의 시작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성장동력으로 앞세운 자동차 전장사업에 힘을 싣는 쪽으로 인사와 조직개편을 할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실질적 경영을 총괄한 뒤 2015년에 전장사업팀을 신설하고 2016년 미국 전장업체 하만을 9조 원의 거액에 인수하며 사업 확대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노희찬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사장이 지난해 말부터 전장사업팀을 관장하는 역할을 겸임하게 되며 조직의 위상도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전장사업팀의 역할이나 존재감이 아직 뚜렷하지 않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부에서 자동차용 반도체를 개발하고 생산하며 무선사업부는 자동차 관련된 소프트웨어에, 미국 자회사 하만은 인포테인먼트와 차량용 음향기기 등에 집중하고 있다.
계열사인 삼성SDI와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도 각각 전기차 배터리와 카메라 또는 센서 모듈, 자동차용 올레드 패널 등 전장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각 사업부나 계열사들 사이 협업체제가 아직 온전히 구축되지 않았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삼성전자가 전장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려면 전장사업팀과 같은 전사조직이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각 사업부나 계열사가 시너지를 내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자동차 부품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계열사들이 해외 전시행사에 공동으로 참석하는 등 시너지 창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LG그룹은 이전부터 지주사가 전장사업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공동 수주 등을 추진해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장사업팀은 내부 조직이라 역할을 세부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며 "주로 하만과 시너지를 추진하는 역할을 하지만 다른 사업부와 연관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경영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기존 사업을 유지하는 것 뿐 아니라 전장사업을 중장기 먹거리로 확실하게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하만 인수 결정을 주도하고 일본 등 해외 출장에서 전장부품 관련된 기업 경영진과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등 전장사업에 많은 공을 들여 왔다.
▲ 삼성전자와 하만이 공동개발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
삼성그룹은 8월에 180조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이 가운데 인공지능과 5G, 바이오와 전장사업에 25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앞으로 삼성전자의 전장사업에 수조 원대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조율하고 투자 계획을 수립하게 될 전장사업팀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장사업팀을 총괄하고 있는 박종환 부사장이 연말인사에서 승진하거나 주요 임원들이 전장사업팀에 추가로 배치돼 인력을 보강하고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에서 자동차 부품사업을 하는 각 사업부와 계열사가 협업할 수 있는 공동 연구소가 설립되거나 전장사업의 규모를 키우기 위한 추가 인수합병 계획이 나올 수도 있다.
손영권 삼성전자 최고전략책임 사장은 과거 외국언론과 인터뷰에서 "삼성전자는 전장사업에서 큰 성장 기회를 잡을 것"이라며 "인수합병을 사업 확대에 중요한 도구로 삼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