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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내가 벌인 일은 내가 정리하고 떠난다"

주은아 기자 orchidjoo@businesspost.co.kr 2013-12-23 15: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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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냉키 "내가 벌인 일은 내가 정리하고 떠난다"  
▲ 벤 S.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버냉키 의장이 직접 ‘버냉키 시대’의 종막을 고했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내년 1월부터 양적완화(QE) 규모를 월 850억달러에서 750억달러로 100억달러 축소한다고 18일 발표했다. 그가 임기 동안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던 과감한 통화 확대 정책이 종료 단계에 들어섰음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내년 1월 31일부로 연준을 떠나는 버냉키가 자신이 시작한 정책을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 짓고 떠남으로써 후임 내정자인 재닛 옐런 부의장의 앞길을 정돈해 주었다는 평가이다.

◆안녕, ‘헬리콥터 벤’

시장 개입에 소극적이던 전임자 그린스펀과 달리 버냉키는 2006년 연준 의장으로 취임하기 이전에도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주장해 왔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미국 경제가 휘청거릴 때, 버냉키 의장은 과감한 통화 확대 정책으로 위기에 맞섰다. 연준은 1조7000억 달러의 은행 부채와 주택저당채권(MBS)를 사들였다.

2010년 11월에는 유럽발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2차 양적완화를 통해 6000억 달러의 국채를 더 사들였다. 지난해 9월에는 MBS를 대상으로 3차 양적완화정책을 실시했고,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이 시작된 12월에는 월 400억 달러에서 850억 달러로 매입액을 늘려 양적완화를 더욱 강화했다. 그는 이렇게 ‘돈을 헬리콥터에서 뿌려 가며’ 시장을 부양했고, 그 과정에서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버냉키는 지난 18일 연준 의장으로서의 마지막 연설에서 “경제는 아직도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그가 양적 완화 정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결정한 것은 미국 경제가 회복 신호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업률이 작년 8월 최고조를 기록한 8.1%에서 7.0%까지 떨어졌다. 3분기 경제 성장률은 3.6%를 기록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와 뒤따른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를 촉발했던 주택 시장도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버냉키 시대’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당시 AIG를 회생하는 대신 리먼 브러더스를 살렸어야 했다는 비판이 종종 제기되지만, 양적완화 정책으로 미국을 제2의 대공황 위기에서 건져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뉴욕대학교 경영대학교 학장 피터 헨리 교수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버냉키의 전략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으며,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지난 9월 버냉키의 연준 의장직 연임을 제안하는 발언을 통해 버냉키의 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버냉키가 후임자에게 양적완화정책의 향후 행방이라는 짐을 떠맡기지 않고 스스로 해결책을 내놓고 떠난다고 평가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비둘기파’ 옐런, 정책 기조 큰 변화 없을 듯


  버냉키 "내가 벌인 일은 내가 정리하고 떠난다"  
▲ 오바마 대통령이 재닛 옐런 연준 부의장을 의장 지명자로 발표한 뒤 그녀를 소개하고 있다. 좌측부터 오바마 대통령, 옐런 연준 부의장, 버냉키 연준 의장.
버냉키가 물러나는 지금, 재닛 옐런 연준 부의장이 차기 의장으로 지명되어 있다. 그녀는 연준 이사와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를 역임했으며, 큰 정책 변화 없이 버냉키의 기조를 이어갈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미국 하원 예산위원장 폴 라이언 의원은 옐런 부의장을 가리켜 “버냉키보다 더 비둘기파”라고 평했다. 성장을 중요시하는 온건론자라는 의미이다. 라이언 의원은 또한 옐런 부의장을 “케인즈주의자”라고 표현했다. 취임 이후 그녀가 기존에 버냉키가 세워 두었던 연준의 방향성을 변경할 확률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옐런 연준 의장 지명자에 대한 상원의 최종 표결은 내달 6일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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