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 르노 회장이 급여 축소 기재 혐의로 체포된 배경에 르노측 프랑스 경영진과 닛산측 일본 경영진의 갈등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유가증권보고서에 보수를 실제보다 줄여 기재한 혐의(금융상품거래법 위반)로 19일 곤 회장을 체포한 일본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닛산과 일본판 사법거래(플리바게닝)를 했다.
플리바게닝은 용의자나 피고가 다른 사람의 범죄를 알려주는 등 수사에 협조하면 검찰이 기소하지 않거나 구형량을 줄여주는 제도다.
곤 회장 수사는 닛산에서 일하는 내부 직원의 의혹 제기에서 촉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닛산은 회사 차원에서 수개월 동안 자체 조사를 진행했는데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적극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NHK 등에 따르면 곤 회장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모두 49억8700만 엔을 받았다고 유가증권보고서에 적었다. 하지만 이는 실제 지급된 보수의 절반 수준에 해당한다.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대표이사 사장은 19일 곤 회장의 체포 사실이 알려지자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강하게 분노하며 낙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닛산은 22일 이사회를 열고 곤 회장을 해임하는 안건을 결의한다.
곤 회장이 일본측 경영진과 갈등을 빚은 탓에 사건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에서 분식회계를 위해 보수를 허위로 기재한 사실이 여러 차례 적발됐지만 회장 체포까지 이어진 사례가 드문 데다 닛산에서 적극적으로 사건 수사에 협조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은 “곤 회장이 2015년 프랑스 정부의 의향을 받아들여 르노와 닛산의 경영을 완전히 통합하려 한 데 사이카와 사장측이 강하게 경계했다”고 전했다.
르노의 지분을 보면 프랑스정부가 15.01%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닛산이 2대주주(15%)다.
곤 회장은 르노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뿐 아니라 닛산과 미쓰비시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도 함께 맡고 있다.
곤 회장의 체포에 따라 르노와 닛산, 미쓰비시의 자동차 연합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사이카와 사장이 기자회견에서 곤 회장의 체포가 세 회사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닛산 내부에서 르노에게서 독립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