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 부회장이 연임할까?
롯데그룹 화학사업의 지금을 있게 한 주역으로 연임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비리혐의 재판으로 불거진 도덕성 논란과 롯데그룹 BU장의 위상이 애매하다는 점은 연임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박진수 전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의 퇴진으로 서울대학교 화공과 70학번 동기인 허 부회장의 거취에 시선이 쏠린다.
허 부회장의 임기는 2019년 3월까지로 12월 있을 롯데그룹 임원인사에서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허 부회장은 화학BU장에 올라 롯데케미칼의 가스부문 성장을 이끌었다는 성과가 있지만 도덕성 논란에 발목잡힐 가능성이 있다.
허 부회장이 에틸렌 생산을 위해 공을 들인 미국의 에탄 분해설비가 대표적으로 빠르면 올해 안에 가동할 수 있다.
에틸렌은 각종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 쓰여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데 일반적으로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를 분해해 만든다.
롯데케미칼이 미국 에탄분해설비에서 생산하는 에틸렌은 미국산 셰일가스에서 뽑아낸 에탄올을 분해해 만든다. 유가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거의 없다.
롯데케미칼은 1년에 100만 톤의 에틸렌과 70만 톤의 에틸렌글리콜(1차가공한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미국 에탄 분해설비는 연 매출 최대 1조 원, 영업이익률 20% 이상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즈베키스탄의 수르길 프로젝트가 본궤도에 올라 성과를 내는 것도 허 부회장의 공이다.
수르길 프로젝트는 우즈벡 석유가스공사와 합작회사를 세워 가스전 개발, 가스 판매, 가스화학제품 생산 등이 한꺼번에 가능한 가스화학단지를 설립하려는 계획이다.
2016년 상업가동을 시작해 롯데케미칼에 301억 원의 지분법이익을 안겼고 2017년에는 지분법이익이 820억 원으로 늘었다.
허 부회장은 신 회장의 수감 동안 그룹 차원의 투자가 없는 상황에서 비교적 무난하게 롯데케미칼을 이끌어왔다.
롯데케미칼은 업황악화로 2018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영업이익으로 1조8700억 원을 내 2017년 같은 기간보다 15.7% 줄었다. 그러나 매출은 12조7천억 원을 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 늘었다.
그러나 허 부회장이 비리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은 연임하는 데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허 부회장은 2016년 10월 조세포탈, 뇌물교부, 뇌물수수,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됐다. 2017년 11월 조세포탈 혐의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나머지 혐의들을 놓고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허 부회장은 2017년 12월 롯데그룹 임원인사를 통해 롯데그룹 화학BU장 사장에서 롯데그룹 화학BU장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허 부회장의 범죄가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면죄부'룰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8개월가량 수감돼 도덕성 리스크의 현실화를 경험했다.
자연히 신 회장이 임원인사를 보는 잣대로 도덕성의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떠오른다. 추락한 그룹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허 부회장의 교체를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의 BU장은 신 회장이 없는 동안 담당 부문의 회사들을 이끌었지만 이제 신 회장이 돌아와 위상이 애매해졌다는 점도 교체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허 부회장이 1951년 생으로 나이가 많다는 점도 교체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롯데그룹 BU장들은
이재혁 식품BU장 부회장이 1954년생,
송용덕 호텔 및 기타BU장 부회장이 1955년생,
이원준 유통BU장 부회장이 1956년생으로 모두 60대다. 허 부회장이 가장 연장자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