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경제정책의 명실상부한 사령탑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청와대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갈등설을 반면교사 삼아 홍 후보자에게 힘을 싣고 있다. 홍 후보자도 경제정책의 중심에 설 뜻을 거듭 보였다.
그러나 홍 후보자가 ‘왕수석’으로 불리던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손발을 맞춰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사령탑 논란의 해소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 투 톱’으로 꼽히던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을 한꺼번에 바꾸면서 경제부총리를 ‘원 톱’으로 올리는 방안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홍 후보자의 경제부총리 지명을 알리는 내내 경제부총리가 우리 경제의 사령탑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의 임명을 전하면서도 “홍 후보자는 경제부총리에 오른다면 야전사령탑으로서 경제를 총괄한다”며 “김 실장은 포용국가의 큰 그림을 그린 뒤 실행하기 위해 경제부총리와 긴밀하게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둘러싼 경제사령탑 논란이 경제정책에도 혼선을 줬다는 비판을 염두에 두고 홍 후보자를 경제사령탑으로 못박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힘을 실으면서 소득주도성장의 대표인사인 장 전 실장이 실제 경제사령탑 역할을 맡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김 부총리와 장 전 실장이 엇박자를 내면서 갈등설에 끊이지 않았던 데에도 누가 경제사령탑이냐는 논란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를 의식한 듯 홍 후보자도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제부총리가 경제정책의 중심이 되어 경제팀을 ‘원 팀’으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그는 “(김 부총리와 장 전 실장 시절에는) 서로 다른 의견이 외부로 많이 드러나는 문제가 지적됐다”며 “앞으로는 내부에서 의견을 수렴하되 밖으로 나오는 의견은 하나로 통일되도록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후보자가 경제사령탑 역할을 확고하게 수행할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수현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경제팀과 비교하면 정치적 중량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다.
홍 후보자는 재정과 예산 전문가인 경제관료 출신으로 안정성을 갖췄지만 경력 면에서
김동연 부총리와 크게 차별화되지 못했다는 말도 듣는다.
반면 김 실장은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으로 일하면서 종합부동산세 설계를 주도한 ‘실세’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부동산과 에너지 등 주요 정책의 입안에 참여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최근 "'소득주도성장의 원조'라 볼 수 있는
김수현 대통령 사회수석이 청와대 정책실장에 오르면 경제부총리는 또 허수아비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홍 후보자와 호흡을 맞출 다른 경제팀 구성원인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도 행정고시 27회 출신으로 홍 후보자(29회)의 선배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홍 후보자는 성실하고 재주 많은 사람으로 꼽히지만 자기 의견을 강하게 내세우는 쪽은 아니다”며 “김 실장이 소득주도성장의 세부적 기틀을 닦은 인사인 점을 생각하면 홍 후보자가 장기적으로 확고한 리더십을 세울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