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과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료의 적정 인상폭과 방법을 놓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월 기준으로 90% 수준이다.
▲ 금융감독원과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 손해율이 급등하는 가운데 자동차보험료의 적정 인상폭과 방법을 놓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
각 회사 자료에 따르면 9월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KB손해보험이 91%로 가장 높다. DB손해보험이 89.3%, 삼성화재가 86.8%, 현대해상이 86.1%다.
손해율이란 손해보험사가 가입자들로부터 받은 보험료 가운데 보험사고 발생에 따라 지불한 보험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 사업에 필요한 경비 20%를 고려해 적정 손해율을 80% 정도로 바라본다. 현재 수준의 손해율이라면 손해보험사는 필요경비를 대폭 낮추지 않는 한 자동차보험으로 계속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 된다.
손해보험사들은 높은 손해율을 들어 5% 이상 자동차보험료를 올려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
금융감독원은 손해보험사들의 요구가 과도하다고 본다. 손해보험사들의 무리한 사업투자와 과도한 마케팅 비용 등도 손해율 상승의 원인이며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이 늘면서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보험연구원도 최소 1.8%의 자동차보험 인상 요인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금감원에 보고한 만큼 자동차보험료 인상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손해보험사들의 자구노력이 우선이며 모든 인상요인을 소비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자동차보험 약관을 개정해 대물배상 면책범위를 줄이겠다고 밝힌 점은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10월26일 국정감사에서 윤 원장에게 “자동차보험 대물배상의 약관상 보험사 면책을 제한해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은 “특약 사항인 운전자 제한 요건을 위반해도 대물배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약관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르면 ‘대인배상1’과 ‘대물배상’은 의무 가입대상이다.
다만 대인배상1은 고의사고를 제외하고는 보험사 면책이 거의 허용되지 않는 반면 대물배상은 가입자 연령, 운전자 범위 등 특약으로 보험사 면책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본인만 운전하겠다는 특약을 들어 보험료 할인을 받은 가입자가 배우자 등에게 운전하도록 해서 사고가 나면 보험사는 면책되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손해보험사들이 우회적으로라도 자동차보험료를 올리려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의무가입 대상인 대물보상의 면책범위 축소는 자칫 보험금 지급 증가로만 인식돼 손해보험사들에게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목소리를 높일 핑곗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의 의무 가입대상의 보험료를 높이고 대부분 가입자들이 선택하지 않는 선택 가입대상인 자기차량손해 담보 보험료 등을 낮추는 방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평균값으로는 인상폭이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생색내기 전략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물배상의 면책범위가 변했을 때 어느 정도 자동차보험료의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지는 파악되지 않았다”며 “자동차보험료 인상폭을 최소화하면서 대물배상의 보장범위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볼 것”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