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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미국법인장은 가시방석, 누가 맡아도 반등의 해법 어려워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18-11-01 16: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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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미국 판매법인장(HMA) 교체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신차 출시가격 인하와 인센티브 지출 증대 등에 따른 저수익 구조를 끊어낼 해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현대차가 인사 카드만으로 미국시장에서 반등을 이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차 미국법인장은 가시방석, 누가 맡아도 반등의 해법 어려워
▲ 이용우 현대자동차 북미권역본부장.

1일 현대차에 따르면 10월29일 실시한 임원인사에서 이경수 미국 판매법인장이 본사 고문으로 물러났다. 후임은 공석이다.

새 판매법인장을 선임하기 전까지 현재 북미권역본부 수장을 맡고 있는 이용우 본부장이 판매법인장을 겸직한다.

현대차는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를 통해 “이번 조치는 통상적인 글로벌 조직 변화로 이뤄진 것”이라며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가 미국 판매법인장을 교체한 것은 약 1년1개월 만이다. 현대차는 2017년 9월에 이경수 고문을 판매법인장에 선임했다. 

현대차가 미국 판매법인의 실적 부진에서 탈출하기 위해 사실상 이 고문을 경질하는 인사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미국 판매법인에서 상반기에 매출 7조351억 원, 순손실 3906억 원을 냈다. 2017년 상반기와 비교해 매출은 15.4% 줄었고 순손실 규모는 1452억 원 증가했다.

현대차가 상반기에 낸 순이익이 1조5424억 원인데 이 순이익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미국 판매법인이 까먹은 셈이다.

미국 판매법인의 부진은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판매법인에서 2015년에 순이익 3874억 원을 낸 뒤 거의 4년 가까이 적자를 보고 있다.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3년 반 동안 본 순손실을 합치면 모두 1조7634억 원에 이른다.

미국에서 현대차가 부진한 원인이 단순하지 않다는 점에서 미국 판매법인장 교체 카드가 해법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는 2017년에 9개월 동안의 공백기를 두면서도 미국시장의 반등을 위해 적임자를 찾는 데 애를 썼다. 이경수 고문을 임명하면서는 "현대차그룹과 미국 시장을 잘 아는 대표적인 해외 전문가로 위기에 부딪힌 HMA(현대차미국법인)을 잘 이끌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그런 이 고문도 현대차의 부진을 극복할 해법을 찾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상품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탓에 신차 출시가격을 계속 낮추고 있어 수익성 확보에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2012~2014년에 미국에서 연 평균 70만~72만 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판매량이 76만~77만 대로 증가했는데 수익성은 오히려 후퇴했다.

미국 자동차시장 가격 조사기관 트루카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이 미국에 내놓는 신차 가격은 최근 대당 3만3천 달러를 소폭 웃돈다. 4년 전과 비교해 신차 출시가격이 평균 6.5% 높아졌다.

반면 현대차가 내놓는 신차 출시가격은 4년 전보다 6.8% 줄어든 대당 2만2천 달러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신차 출시가격을 낮추는 데도 불구하고 인센티브 지출은 다른 글로벌기업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꾸준히 올리고 있다 보니 적자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대차 미국법인장은 가시방석, 누가 맡아도 반등의 해법 어려워
▲ 현대차가 하반기 미국에 출시한 신형 싼타페.

현대차가 미국 판매법인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판매 전략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한때 일본 브랜드를 위협했던 현대차가 최근 몇 년 동안 실망스러운 실적을 올렸다”며 “반등을 위해는 현재 추진 중인 전략을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화 강세와 같은 영업환경의 변화도 현대차에 불리한 쪽으로 돌아가고 있다.

현대차가 과거 미국에서 승승장구할 때는 상대적으로 원화가 약세를 보였기 때문에 일본을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기업들보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수월했다.

현대차는 2010~2012년까지만 해도 일본 자동차기업들보다 가격에서 약 30%가량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현대차는 다른 완성차기업들보다 인센티브로 대당 1천~2천 달러를 더 지급해 판매에서 선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원화 강세로 과거의 성공 전략을 그대로 쓰기 힘들다는 점에서 현대차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의 수입차 관세 부과라는 대형 악재도 여전히 살아 있다.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동행을 마다하고 미국 출장길에 오를 정도로 공을 들였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북미권역본부를 출범해 판매법인과 생산법인의 관리를 효율화해 고비용 구조를 줄여나갈 것”이라며 “미국에서 수요가 늘어나는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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