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왼쪽)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회사 내부 통제 혁신안을 놓고 또 다시 엇박자를 내고 있다.
두 사람은 겉으로는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있지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정책 주도권을 놓고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17일 ‘금융기관 내부 통제 혁신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혁신방안을 내놓았지만 금융위원회와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윤 원장이 취임한 뒤 삼성증권 배당사고 등 금융권에 각종 사고가 계속되자 6월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금융기관 내부 통제 혁신TF’를 만들어 혁신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그런데 혁신방안에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등 법령과 시행령, 감독규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 대거 담겼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와 사전 조율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금융위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민간조직인 금감원은 입법 권한을 지니고 있지 않은 만큼 금융위가 혁신방안에 동의해야만 법적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윤 원장은 "혁신방안의 내용이 금융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구현되고 작동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법령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금융위원회와 협의하겠다"고 말해 금융위 측과 협의하겠다고 나섰지만 금융위는 여전히 마뜩지 않아하고 있다.
금융위가 금감원 상급기관인 상황에서 금감원이 먼저 과제를 정하고 금융위가 그 뒤를 따르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금감원이 운영하고 있는 태스크포스(TF)팀의 활동을 전수조사하면서 금감원에 불편한 기색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금감원이 태스크포스를 통해 주어진 권한을 넘어 금융위 권한을 넘보고 있다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윤 원장이 7월에 취임한 지 2개월여 만에 첫 기자간담회를 열어 금융감독 혁신과제로 5대 부문 17개 과제를 내놓았을 때 불거졌던 ‘월권’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모양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당시에 “금융위는 금융위의 역할이, 금감원은 금감원의 역할이 있다”며 “금감원의 월권은 아니다”고 불협화음에 선을 그었지만 금융위와 금감원의 엇박자는 한두 차례가 아니다.
윤 원장이 취임한 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 감리와 금감원의 불공정 거래 조사권 확대,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근로자 추천 이사제 등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의 충돌은 여전히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금융혁신’ 성과를 내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최 위원장과 '금융감독'을 강화하려는 윤 원장이 정책 주도권을 놓고 사이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원장이 금융위와 부딪히는 모양새를 연출하면서 금감원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금융감독체제 개편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금감원이 검사 업무를 위한 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금융위에 가로막혀 제대로 진전되지 않는다는 명분을 손을 쥘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경기 악화와 부동산 문제 등 급박한 경제 현안 때문에 뒷전으로 밀렸지만 정부 조직개편과 맞물려 언제든지 진행될 수 있는 만큼 최 위원장과 윤 원장 모두 서로의 업무범위를 미리 확보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 위원장과 윤 원장은 서로 긴밀하게 협의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혔지만 계속해서 갈등 국면은 반복되고 있다”며 “앞으로 각종 금융현안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미묘한 온도 차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