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경필 젬백스 회장이 1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가 젬백스앤카엘 회장으로 공식 취임하며 ‘바지 회장’ 우려를 직접 해명하고 책임경영 의지를 내보였다.
최대주주 측 의결권을 위임받아 형식적 권한은 확보했지만 정치인 출신 회장 영입을 둘러싼 시장의 의구심을 거두려면 핵심 신약 후보물질 성과로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젬백스앤카엘(이하 젬백스)은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층 컨퍼런스홀에서 남경필 회장 취임식 및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남 회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자신을 둘러싼 ‘바지 회장’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그는 “회장이 된다고 하니까 ‘지분이 있느냐’, ‘바지 회장 아니냐’, ‘의사결정할 수 있느냐’, ‘의결권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저는 정치할 때도 바지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 회장은 김상재 젬백스 창업자 측에 명확한 의사결정 권한을 요구했고, 김 고문과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에 관한 의결권을 위임받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남 회장은 “앞으로 저는 제가 모든 의결권을 가지고 책임지면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 회장이 의결권 위임을 앞세운 것은 단순 대외 홍보용 인사라는 시선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의결권 위임은 형식적 경영권 기반을 보강하는 장치다. 실제 경영 통제력은 이사회 운영, 주요 의사결정 구조, 위임 기간 이후 지배구조 변화 등을 통해 추가로 확인될 필요가 있다.
젬백스에게 남 회장 영입은 단순한 인사 변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젬백스는 오랜 기간 신약 후보물질 GV1001을 중심으로 신경퇴행성질환 치료제 개발을 추진해 왔지만, 시장에서는 연구개발 성과가 실제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계속 확인하려는 시선이 많다.
GV1001의 핵심 적응증은 진행성핵상마비(PSP)다. 진행성핵상마비는 파킨슨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진행 속도가 빠르고 현재 승인 치료제가 없는 희귀 신경퇴행성질환이다.
젬백스는 GV1001의 진행성핵상마비 치료제 개발을 삼성제약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 삼성제약은 2026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GV1001의 진행성핵상마비 치료제 품목 조건부 허가를 신청했다.
조건부 허가는 중증 질환이나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해 임상 2상 결과 등을 근거로 우선 허가를 검토하되, 허가 뒤 확증 임상시험 결과 제출을 조건으로 하는 제도다. GV1001이 허가를 받으면 상업화의 길이 열릴 수 있지만, 아직은 허가 심사와 추가 임상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다.
| ▲ 남경필 회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남 회장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도 여기에 있다. GV1001의 연구개발 성과를 규제 승인, 파트너십, 환자 접근성 확대 등 구체적 사업 성과로 연결해야 한다.
다만 남 회장이 신약 연구개발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남 회장도 이를 직접 인정했다.
남 회장은 “바이오를 아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며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모른다는 것, 알지 못하는 게 많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시작”이라며 “전문가들과 함께 토의하고 결정하고 그 책임은 제가 지겠다”고 말했다.
남 회장은 자신의 역할을 연구개발 직접 지휘자가 아니라 책임경영자이자 조율자로 규정했다. 연구와 임상, 통계, 법무, 자금 등 전문 영역은 전문가에게 맡기되 최종 의사결정과 시장 소통은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구상이다.
남 회장은 이날 자신과 함께 젬백스앤카엘을 이끌 전문가들도 직접 소개했다.
이석준 젬백스 대표이사는 임상 과정에서 필요한 법무와 자금 문제를 함께 풀어갈 인물로 꼽았다. 남 회장은 이 대표를 두고 미국과 홍콩의 대형 로펌에서 파트너로 일한 변호사라며 “임상은 법적인 문제, 자금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 회장은 GV1001 임상에 참여한 이재홍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임상 통계를 맡은 문형식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교수, 기초·중개 연구 분야의 류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신경과학연구단장 등도 핵심 전문가로 소개했다.
남 회장이 내세운 경영 방향도 이와 맞닿아 있다. 그는 젬백스의 변화 키워드로 개방, 위임, 신뢰를 제시했다. 그동안 주주와 시장, 자본시장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정기적 기업설명회(IR)와 주주 간담회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창업자인 김상재 고문도 남 회장에게 기대를 보였다. 김 고문은 젬백스가 연구개발에는 힘을 쏟아왔지만 시장과 소통하는 데는 서툴렀다고 인정하며 남 회장을 “꽃봉오리를 크게 피울 사람”으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남 회장이 맡게 된 역할은 젬백스의 연구 성과를 외부 시장에 설명하고 사업화로 연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셈이다.
남 회장은 5선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뒤 기업인으로 활동해 왔다. 2024년에는 젬백스 계열사 포니링크에서 자율주행 사업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