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백화점그룹이 '소액주주 보호'와 관련한 상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포괄적 주식교환'이라는 절차를 거치면서 의미있는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
소액주주의 권리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개정 상법의 취지를 반영해 현대백화점그룹이 특별위원회 논의 과정과 이사 의견, 주주환원 방안 등을 공시하면서다. 일반주주의 권리 보호 관련사항을 의무적으로 기재해야 하는 다른 기업들의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현대지에프홀딩스와 현대홈쇼핑의 포괄적 주식교환 증권신고서가 금융감독원의 한 차례 반려 끝에 정정되는 과정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이 소액주주 보호와 관련한 기준을 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백화점그룹>
2일 현대지에프홀딩스와 현대홈쇼핑의 주식교환 절차가 본격화되면서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역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월 현대홈쇼핑을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지배구조 개편에 착수했다.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던 현대홈쇼핑을 정리하고 지주사 중심으로 지배력을 일원화해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이번 개편은 지난해 7월 시행된 '1차 개정 상법'의 적용 첫 사례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개정 상법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제382조의3)해 소액주주를 보호 대상으로 명문화한 데 있다.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상장 계열사 13곳을 둔 대형 지주사인 만큼 이번 거래의 절차와 공시 내용이 향후 유사 사례의 실질적 기준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이목을 끌었다.
첫 적용 사례인 만큼 현대백화점그룹을 향한 금융당국의 감독 수위도 높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최초 제출된 증권신고서에 중요 사항 기재가 불충분하다며 정정을 요구했다. 소액주주 보호 절차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현대지에프홀딩스는 3월 정정신고서를 통해 주주환원 방안과 의사결정 과정을 상세히 보완해 제출했고 해당 신고서는 결국 금감원의 승인 덕분에 3월31일 효력이 발생하게 됐다.
▲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제출한 정정신고서가 개정 상법에서 지배구조 개편 사례의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 <현대백화점>
업계에서는 금감원의 정정요구에 따라 보완된 신고서 내용이 개정 상법에서 지배구조 개편 사례의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첫 사례인 만큼 금감원이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을 가능성이 큰데 이를 통해 ‘주주 보호’의 충분성이 어떤 수준에서 인정되는지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정신고서는 금감원이 요구한 ‘주주 보호’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구체적 이행 내용이 상세히 보완된 것으로 평가된다.
먼저 법무부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와 관련해 특별위원회 구성·운영 내역이 명시됐다. 위원회에서는 교환비율의 적정성, 주주환원 정책, 구조개편 필요성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으며 사외이사 의견이 반영된 점도 함께 기재됐다.
중장기 구조개편 계획 역시 구체화됐다. 현대홈쇼핑 인적분할 이후 투자부문을 현대지에프홀딩스와 합병하고 2027년 3월까지 지배구조를 정비하겠다는 일정이 제시됐다. 그룹 차원의 단계적 개편 과정을 주주에 충분히 설명하기 위함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질적 주주보호를 위한 논의 과정도 함께 제시됐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컨설팅을 맡은 안진회계법인이 제시한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당초 200억 원 수준"이었다며 "현대홈쇼핑 특별위원회가 상향 요구를 지속해 최종 1천억 원까지 확대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개정 이후 처음인 만큼 관련 부서가 자료 구성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썼던 것으로 안다"며 "정정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한 만큼 주주 보호 관련 절차가 충분히 반영된 것이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번 사례가 완전한 것은 아니다. 지배구조 개편의 선례로서 충분한지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1차 상법 개정의 핵심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명문화한 것인데 그 취지가 실질적으로 구현됐는지는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공시를 통해 "특별위원회가 법무부 가이드라인 발표 이전에 설립된 만큼 대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을 별도로 검토하지는 않았다"며 "가이드라인에서 제시된 조치들은 선택 사항으로 이를 일부 또는 전부 적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충실의무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조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