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3고 쇼크⑧] 식품 원가 오르는데 가격은 묶인 CJ제일제당, 윤석환 해외에서 고삐 더 죈다
이솔 기자 sollee@businesspost.co.kr2026-04-09 15:4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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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란 전쟁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중동의 석유와 가스 수입에 의존이 높은 한국에 에너지 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환율 상승과 물가 상승, 금리 인상 압력이 높아지며 ‘3고 쇼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응해 비상대책을 가동하고 있지만 효과는 일시적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 결국 주요 기업들이 저마다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중동발 3고 쇼크에 원가 상승과 소비 위축 등 리스크를 극복할 방법을 찾는 경영진의 과제와 향후 대응 방향을 점검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석환 CJ제일제당 대표이사가 이란 전쟁에 따른 중동발 리스크에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과 같은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은 이미 환율과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 상승에 대응할 카드 마련에 분주하다.
하지만 윤 대표가 국내에서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물가 안정 기조를 강하게 유지하는 탓에 판매 가격 인상 카드는 사실상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의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해외 시장에서 얼만큼의 성과를 내느냐가 윤 대표에게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 윤석환 CJ제일제당 대표이사(사진)가 국제 정세 불안에 따른 원가 압박 속에 해외 식품사업에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9일 식품업계의 동향을 종합하면 이란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긴장의 고조가 식품기업에게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환율과 물가가 불안정해지면서 수입 원재료 가격과 전반적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까지 더해지며 식품기업 전반의 원가 구조가 압박받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특히 유가 상승은 물류비는 물론 포장재와 일부 원재료 가격까지 끌어올리며 비용 상승 압력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원가 부담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가 물가 안정 기조를 강하게 유지하면서 식품업계 전반에 가격 인상 자제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라면업계에서는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가 주요 제품 가격을 인하했다. 제과업계에서도 오리온과 롯데웰푸드가 가격 조정에 나서는 등 가격 인하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원가가 오르는데 판매가격은 오히려 낮춰야 하는 구조적 압박에 직면한 셈이다.
CJ제일제당도 마찬가지다. 2월 말부터 밀가루와 전분당, 설탕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하했다. 더욱이 최근 설탕과 전분당, 밀가루 가격 담합 이슈까지 겹치며 기업 이미지에도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담합 조사와 제재 이후 관련 제품 가격을 인하하는 흐름까지 이어지면서 수익성 방어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모양새다.
CJ제일제당의 2025년 기준 영업이익률은 4.5%로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추가적 원가 상승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흡수할 여력은 제한적으로 보인다.
이처럼 원가와 판매가의 이중 압박 속에서 CJ제일제당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은 해외 사업 확대로 풀이된다. 해외 시장은 국내보다 가격 규제나 여론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시장 성장 가능성도 국내보다 크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이미 식품사업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창출하고 있다. 2025년 4분기 CJ제일제당의 해외식품 매출은 1조6124억 원으로 전체 식품 사업부문 매출의 55.1%를 차지했다.
▲ CJ제일제당 식품 사업부문에서 해외 매출 비중은 50%를 웃돈다. 사진은 서울 중구 CJ제일제당 본사. < CJ제일제당 >
해외 사업만 놓고 보면 최근 마주한 고환율 환경이 오히려 잘 된 셈이기도 하다.
최근 달러 강세는 원재료 수입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지만 동시에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의 원화 환산 가치를 높여주는 효과도 있다. 국내 사업에는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는 환율이 해외 사업에서는 일정 부분 수익성 방어 장치로 작용하는 셈이다.
결국 CJ제일제당에게 해외 사업은 선택지가 아니라 생존 전략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원가 상승과 가격 규제라는 이중 압박이 장기화될수록 윤석환 대표의 글로벌 확대 기조는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은 GSP(글로벌전략제품)를 중심으로 해외 식품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GSP 품목으로는 만두와 롤, 치킨, 냉동밥, 상온밥, 누들, 소스, 김치, 김, K스트리트푸드 등이 있다. 2021~2025년 글로벌 GSP 매출 성장률은 16%였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해외 설비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현재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와 헝가리 부다페스트 근교에 각각 공장을 건립하고 있다. 2025년에는 일본 치바현에 새 만두 공장을 완공했다.
해외 사업의 존재 덕분에 내수 위기가 '남의 나라 얘기'인 대표적 회사는 삼양식품이다.
실제로 해외매출 비중이 높은 삼양식품은 현재 식품업계를 둘러싼 가격 압박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것으로 풀이된다. 삼양식품의 2025년 매출 가운데 수출은 1조8838억 원으로 전체의 84%에 이르렀다.
삼양식품의 2025년 매출 성장률은 36.1%였던 반면 같은 기간 매출총이익 성장률은 45.6%였다. 자율적 가격 상승이 가능한 해외 시장 비중 확대와 환율 효과 등이 맞물리면서 매출총이익 증가폭이 매출 증가폭을 웃돈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달러 강세가 이어질수록 해외 매출의 원화 환산 규모가 확대되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