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로마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해 기념연설을 한 뒤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청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미사에 참석해 한반도 평화를 기원했다.
문 대통령은 17일 바티칸 교황청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피에트르 파톨린 교황청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를 위한 평화 미사’를 본 뒤 기념 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성경구절인 시편을 인용해 “이제 한반도에서 ‘자애와 진실이 서로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출 것’”이라며 “한반도의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올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는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 모두의 가슴에 희망의 메아리로 울려 퍼질 것”이라며 “우리의 기도는 현실 속에서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미사는 문 대통령의 공식 방문을 맞아 교황청에서 특별히 마련했다. 한국 대통령이 교황청 미사에 참석해 연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롤린 국무원장은 본격적으로 미사를 시작하기 앞서 한국어로 “
문재인 대통령님, 김정숙 여사님 환영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축복을 전합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합시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를 주제로 강론을 한 뒤 미사를 마친 뒤에도 또렷한 한국어로 “한반도의 평화를 빕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미사가 끝난 뒤 앞으로 나가 기념 연설을 했다.
이날 미사에는 교황청 성직자와 현지 외교단, 한국 정부 관계자, 현지거주 교민, 유학하고 있는 한인 성직자 등 800여 명이 참석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기념사 전문이다.
찬미 예수님! 존경하는 파롤린 국무원장님, 내외 귀빈 여러분.
가톨릭의 고향,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여러분과 만나고 미사를 올리게 되어 참으로 기쁩니다.
한반도 평화기원 특별미사를 직접 집전해주신 국무원장님, 그리고 따뜻하게 환대해주시고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주신 교황청 관계자들께 한국 국민의 마음을 담아 깊이 감사드립니다.
반세기 전인 1968년 10월6일, 이곳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한국의 순교자 24위가 복자품에 올랐습니다.
한국말로 된 기도와 성가가 대성당에 최초로 울려 퍼졌습니다.
500여 명의 한국 신자들은 뜨거운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국은 지금 103위의 순교성인을 배출한 국가로서 한국의 순교성인 수는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에 이어 세계 4위입니다.
교황 바오로 6세는 그날 강론에서 "한국 교회의 훌륭한 표양을 본받으라" 말씀하셨습니다.
한국은 선교사들에 의하지 않고, 세계 교회사에서 유일하게 하느님 말씀과 직접 만나 교회가 시작됐다고 하셨습니다.
한국 가톨릭교회에 부여된 큰 영광이었습니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낮은 곳으로 임해 예수님의 삶을 사회적 소명으로 실천했습니다.
식민지와 분단, 전쟁과 독재의 어둠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정의, 평화와 사랑의 길을 비추는 등대가 돼주었습니다.
한국의 사제들과 평신도들은 사회적 약자와 핍박받는 사람들의 곁을 지켰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때로는 거리에 서기도 했습니다.
저 자신도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와 천주교 인권위원회 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했습니다.
저는 그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한국 국민은 민주주의와 인권, 복지를 위한 가톨릭 교회의 헌신을 보면서 가톨릭을 모범적 종교로 존중하게 되었습니다.
가톨릭 교회에 영광이 있기를 빕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지금 한반도에서는 역사적이며 감격스러운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나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 공동선언’을 채택했습니다.
남북 간의 군사적 대결을 끝내기로 했으며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한반도, 평화의 한반도를 전 세계에 천명했습니다.
지금까지 남·북한은 약속을 하나씩 이행하고 있습니다.
비무장지대에서 무기와 감시초소를 철수하고 있습니다. 지뢰도 제거하고 있습니다.
무력 충돌이 있어왔던 서해 바다는 평화와 협력의 수역이 됐습니다.
미국과 북한도 70년의 적대를 끝내기 위해 마주 앉았습니다.
교황 성하께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하신 기도처럼 “한반도와 전 세계의, 평화의 미래를 보장하는 바람직한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민들은 2017년 초의 추운 겨울,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촛불을 들어 민주주의를 지키고 새로운 길을 밝혔습니다.
촛불혁명으로 시작된 평화의 길이 기적 같은 변화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교황청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대표단을 파견하여 한반도의 평화를 강력하게 지지해줬습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평화를 향한 우리의 여정을 축복해 주셨고 기도로써 동행해 주셨습니다.
평화를 갈망하며 형제애를 회복하고 있는 남과 북, 우리 겨레 모두에게 커다란 용기와 희망을 주신 교황 성하와 교황청에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파롤린 국무원장님, 내외 귀빈 여러분.
기독교와 유럽 문명이 꽃피운 인류애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한반도에 용기를 줬습니다.
EU(유럽연합)가 구현해온 포용과 연대의 정신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향한 여정에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인류는 그동안 전쟁이라는 부끄러운 역사를 써왔습니다.
한반도에서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시편의 말씀처럼, 이제 한반도에서, "자애와 진실이 서로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출 것"입니다.
오늘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올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는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 모두의 가슴에 희망의 메아리로 울려 퍼질 것입니다.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 국민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기도는 현실 속에서 반드시 실현될 것입니다.
우리는 기필코 평화를 이루고 분단을 극복해낼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의 평화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